학교폭력 기재 폐지 추진…반쪽짜리 대책 우려 크다
학교폭력 기재 폐지 추진…반쪽짜리 대책 우려 크다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8.12.2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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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최근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의 조치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현행 법상 경미한 사안까지 모두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돼 있어 가해자에 대한 낙인을 초래하고, 불필요한 소송으로 번지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해 이를 해결하고자 법 개정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해 학생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며 징계 조치가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1항에는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사안별로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부터 퇴학까지 조치하도록 명시돼 있다. 학교장 재량에 따라 졸업 이전 또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가 가능하지만 일단 어떠한 조치가 내려지든 학생부에 모두 기록된다.

만일 법 개정이 이뤄지면 구체적 사유를 포함해 가해 학생에 내려진 어떠한 조치도 기재할 수 없게 된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전북 초·중·고교 폭력 가해학생의 처리 결과 총 3천640건 중 서면사과가 1천205건(28%), 접촉금지 766건(21%), 교내봉사 516건(14%), 특별교육 466건(12%), 사회봉사 340건(9.3%), 출석정지 308건(8.5%), 전학 150건(4.1%), 학급교체 59건(1.6%), 퇴학 10건(0.3%) 순으로 집계됐다.

교육부가 제시하고 있는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되는 기준인 서면사과, 접촉금지, 교내봉사 비율은 도내의 경우 63%(2천487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대부분 서면사과로 종결되는 경미한 사안이 많은데 학생부에 기재됨으로써 학생들의 대학 입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성인이 될 때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붙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교육계 안팎에서는 학교 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부 기재를 폐지하는 것은 반쪽짜리 대책일 뿐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내 한 교육계 관계자는 “사안의 경중 비율을 따지기 전에 무조건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고 징계 조치를 내려야 하는 시스템부터 고쳐야 한다”며 “이에 대한 법 개정 추진이 우선이고, 피·가해 학생에 대한 사후 관리 보완 작업도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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