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란
나눔이란
  • 김동근
  • 승인 2018.12.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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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면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온도계가 거리 곳곳에 설치된다. 이것은 ‘사랑의 온도탑’이다. 사랑의 온도탑은 그 해 모금 목표액을 100도로 정하고 일정기간 동안 모금액이 모일 때마다 온도계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1월 20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73일간 4,105억원을 모금할 계획이다. 41억 500만원이 모금되면 1도씩 올라간다.

 사랑의 온도탑이 설치되면 올해도 100도를 채울 수 있을 것인지 다들 궁금해한다. 사랑의 온도가 낮으면 언론에서는 사랑의 온도계를 올리자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다. 언론에 보도가 자주 되다 보니 평소 기부에 관심이 적었던 사람도 사랑의 온도탑을 보면서 ‘나눔’을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온도탑 캠페인에 동참하여 나눔을 실천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나눔을 실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그마한 기부가 어떤 사람에게는 생명수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따뜻한 난로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 이처럼 사랑의 온도탑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나눔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이나 기업들에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사랑의 온도탑은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상징한다.

 그런데 사랑의 온도탑이 연말에 세워지다 보니 기부는 연말연시에만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부는 돈이 많아야 하고, 많은 돈을 기부해야 가치 있는 나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눔은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많은 돈을 기부해야만 참다운 나눔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나눔은 마음이다. 자신의 처지가 힘들고 어렵지만 나보다 못한 사람을 위한 마음만 있으면 이것이 곧 나눔이고 기부가 된다.

 나눔을 실천하고 싶은 사람도 정작 나눔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지자체, 언론사 등에 문의해 보면 많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컨대, 각종 바자회를 통한 수익금 기탁, 아동복지시설 튀김 파티, 중증장애인이나 소아암 환자의 소원이 이루어지던 날, 김치·반찬나눔, 발달장애인을 위한 예체능교실, 연탄배달, 책기부, 이불빨래, 헌혈, 각종 자원봉사 등이 나눔이고 재능기부에 해당한다.

 기금을 모금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전통적인 방식은 구세군 자선냄비와 ARS 전화를 통한 기부였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기부 방식이 많다. 스마트폰에 다양한 앱을 설치하면 끝이다. SNS 등을 통한 ‘소셜기부’가 가능한 앱도 있고, 걷기만 해도 기부를 할 수 있는 앱도 있다. 전화만 해도 통화료의 일부가 기부되는 앱 등 다양한 앱들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세계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이 아쉬운 것은 나눔이 기부자의 일상생활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부자들이 기부를 시작하면 통장에서 정기적으로 결제된다. 처음에는 내가 도와주고 있다고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일상적으로 변한다. 그렇게 되면 기부자들은 기부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망각하게 된다. 그리고 기부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자신이 기부한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기부 이후 사용내역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다시 기부하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들도 많다.

 예전에 기부하였던 사람들도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그냥 어려운 사람이 있으니 도와달라고 하는 방식이나 사무실이나 가게에 찾아와 어려운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서 물건을 강매하는 방식의 기부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낀다.

 우리나라에서 기부문화를 생활 속에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미가 가미된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이스 버켓 챌린지를 통한 기부방식이 그러한 예에 속한다. 처음에는 유명인사가 시작하면서 언론에 자주 노출이 되었고 이제는 일반인들도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 되었다

 최근 독일에서는 거부감 없이 능동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평면 디스플레이이나 프로젝터 등에 의해 영상이나 정보를 표기하는 광고 매체)를 선보였다. 기부 디지털 사이니지는 길거리에 설치되어 있다. 기부하고 싶을 때 하면 되는 방식이다. 그리고 소액(2유로)이다. 간단하게 신용카드를 긁는 방식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방금 기부한 돈이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지를 바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기부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다.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기부문화가 있고, 기부를 통해서 삶의 기쁨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나눔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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