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커뮤니티 케어’인가
왜 ‘커뮤니티 케어’인가
  • 최낙관
  • 승인 2018.12.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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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최근 복지국가로 향하는 길이 자신의 저서 제목과 같이 ‘거대한 후퇴’(Die grosse Regression)에 직면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거대한 후퇴’의 배후에 신자유주의 공세에 의한 세계화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으며 이와 함께 저출산·고령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 및 노동시장의 변화로 인한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저하 등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위험요소로 지목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거대한 후퇴’라는 전지구적 흐름 속에서 ‘우리의 삶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화두는 이제 우리의 현실적인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우리나라에도 예외가 아니다. 문재인정부 2년을 준비하는 현 시점에서 ‘거대한 후퇴’에 대비하고자 하는 정부의 모습이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포용적 복지’와 ‘커뮤니티 케어’가 바로 그것이다. ‘포용적 복지국가’가 문재인정부의 목표라면 ‘커뮤니티 케어’는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이해될 수 있다.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는 말 그대로 지역사회의 힘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급여와 서비스를 제공하여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을 가능케 하는 통합적 사회서비스 체계를 의미한다. 이미 문재인정부는 그간 지역사회와 복지시설을 단절시켰던 문턱과 칸막이를 제거하고 나아가 지역사회 내 서비스의 연계와 통합을 확대하는 사람중심의 보건복지정책을 최우선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방향 속에서 ‘커뮤니티 케어’는 장애인 탈시설화, 정신질환자 사회통합, 아동지원 확대, 노인의료·치매·요양 등 다양한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문재인정부의 의지는 지난 11월 20일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중요한 한 축인 노인 커뮤니티 케어 기본계획을 발표로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정책적 대안이다. 이를 위한 4대 중점 추진과제로 어르신 맞춤형 주거 지원 인프라 확충,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건강 및 방문의료 실시, 재가 장기요양 및 돌봄서비스 획기적 확충, 사람 중심의 민·관 서비스 연계 및 통합적 제공이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의 정주여건을 개선하여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22년까지 모든 시군구에 건강생활지원센터는 물론 다양한 재가서비스를 한 기관에서 제공하는 종합재가센터를 설치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에 민간-공공 협력모델을 마련해 사람중심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며 아울러 민-관 서비스 제공인력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는 핵심적인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티 케어의 청사진은 지역사회 내 자원들의 공유와 기관들의 협업이라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희망복지지원단이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등 기존의 체계와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케어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산물이 아니라면 이름보다는 내용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역시 신뢰와 협력은 ‘커뮤니티 케어’를 성공의 길로 이끄는 핵심이다. 민-민 그리고 민-관의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바로 복지거버넌스가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밑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구체적인 실행구조를 만들어 색을 입히고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공은 이제 우리에게 넘어오고 있다. 상호 협력적 지역공동체 회복으로 우리 지역에서 성공모델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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