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서 배우는 지혜
나무에게서 배우는 지혜
  • 김동근
  • 승인 2018.11.20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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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는 단풍의 계절이다. 말 그대로 전국은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이 시기에는 단풍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나무는 나뭇잎을 떨어뜨리기 전에 자신의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우리 인간들은 그것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찬바람이 불면 나무는 자신이 품고 있던 나뭇잎들을 하나둘씩 떠나보낸다. 그러다가 정작 자신은 나뭇잎 하나 남아있지 않은 나목(裸木)이 된다.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변함없이 바뀐다. 자연의 일부인 나무도 계절의 변화에 맞춰 순응해 살아간다.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농축하고 있다. 봄은 에너지가 넘치고 새로운 생명이 싹을 틔우는 탄생의 계절이다. 여름은 봄에 탄생한 생명이 따뜻한 태양빛을 받아들여 자신을 성장시키는 자신감이 넘치는 계절이다. 가을은 여름에 꽃을 피운 것들이 열매를 맺는 결실의 계절이자 자신이 품고 있던 열매와 잎을 버릴 줄 아는 지혜의 계절이다. 겨울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고 고요한 적막감을 즐기는 갱생의 계절이다.

 계절은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순서도 있다. 계절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 봄에 싹을 틔워야 할 것이 여름이나 가을에 싹을 틔우게 된다면 한여름의 태양 볕에 말라죽거나 추운 겨울에 얼어 죽을 것이다. 가을에 나뭇잎을 떠나보내지 않으면 겨울의 세찬 바람이나 폭설에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나무 자체가 쓰러질 수도 있다. 나무는 수많은 시간 시행착오를 거쳐 본능적으로 계절의 변화에 순응해 생존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는 계절의 변화에 맞춰 순응해가는 나무에서 배울 점들이 있다. 먼저 시기를 잘 맞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봄에 씨앗을 뿌려야 한다. 학창시절이 여기에 해당한다. 학창시절에 씨앗을 뿌려놓지 않으면 여름에 성장할 수도 없고, 가을에 열매를 맺을 수도 없다. 진로탐색이 중요한 이유다. 본인의 적성에 맞고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 학생들은 진로탐색의 기회가 적다 보니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씨뿌리기가 제대로 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교육은 학생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과 배우는 방법을 가르치고 나머지는 본인들이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나무는 열매를 주고 나뭇잎조차도 내어준다. 나무에는 생존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사람이 모든 일을 잘 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성공전략의 본질은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하지 않을까’를 선택하는데 있다.

 워런 버핏은 우리에게 ‘버릴 줄 아는 지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어느 날 워런 버핏은 자신의 자가용 비행기 기장인 플린트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목표 25개를 적어 보게 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5개에 동그라미를 치게 한 후 나머지 20개 목표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를 물었다. 플린트는 5개의 목표에 자신이 가진 대부분 시간을 투자하고, 나머지 20가지도 놓칠 수 없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워런 버핏은 “자네는 지금 실수하고 있는 거야. 자네가 동그라미를 친 5가지 이외의 목표들은 어떻게든 버려야 할, 피해야 할 목표들이야. 자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5가지 목표를 전부 달성하기 전까지는 나머지 20가지 목표들에 대해서는 절대 어떤 관심도 노력도 기울이지 말라”라고 말하였다.

 전 애플 CEO 존 스컬리도 “스티브잡스가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결단을 내리는 것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가장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과 힘을 낭비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셋째는 자신을 위해 휴식을 취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나무나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추운 겨울 동안 휴식을 취하거나 동면을 한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의 가정을 위해서, 꿈을 위해서, 단 하루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않고 바쁘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의사가 앞으로 편히 사시려면 운동이나 휴식을 취하라고 말하면, 하지 못할 이유를 백가지 넘게 이야기한다. 일과 휴식은 파트너이다. 휴식은 나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낄 때 내가 정한 시기에 내가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다.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휴식은 우리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다.

 인생 사이클에서 그 시절에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변하는 계절을 거스를 것이 아니라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우주와 자연 속에서 순환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살아간다. 이로운 것이 있으면 그 속에 불리한 것이 있고, 불리함이 있으면 그 불리함 속에 이로움이 있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인간이 사는 세상의 법칙이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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