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갤러리 초대전, 이야기꾼 국승선의 회화적 재담
오스갤러리 초대전, 이야기꾼 국승선의 회화적 재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11.18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적 색채의 꽃을 통해 우리 정서를 전해온 국승선 작가가 ‘선인장 연작’으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 질긴 인연의 끈을 노래한다.

 오스갤러리의 초대로 내년 1월 5일까지 선보이는 국승선 작가의 18번째 개인전을 통해 흩어져 있던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국 작가는 올해만 해도 서울과 청주에서 2차례의 개인전을 소화하는 등 전국을 무대로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작가로 손꼽힌다.

 작품의 발표 빈도수 만큼이나 작품의 언어 또한 묵직한데, 2년 전부터 화풍을 180도 바꿔 ‘선인장 연작’에 천착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그가 그린 선인장 시리즈는 ‘뜨거운 만남’, ‘뜨거운 열정’이라는 꽃말을 담아낸 것처럼 뜨겁게 끌린다.

 지난 시간, 그의 화폭에 초대됐던 두터운 질감의 현란하게 생동했던 화사한 꽃들에 넋을 빼앗겼던 관람객들을 또 다시 매료시키고도 남을 터다.

 국 작가는 주로 자신이 걷고 더듬은 자연에서 모티브를 찾고, 의인화한 작품을 선보이기를 즐긴다.

 이를 테면, 단순하게 꽃의 모습을 표현하거나 선인장의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라, 대상물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대입하고 있는 것이다.

 늘 어떠한 대상을 관찰할 때,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어떠한 주제를 담을 것인가에 대한 작가적 고민을 자유자재로 풀어내고 관람객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이번의 선인장 연작도 마찬가지다. 국 작가는 일기를 쓰듯, 선인장에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회화적 상상력을 드러내고 있다.

 오래전 페루와 멕시코 여행을 통해 만났던 사막에서 생존하고 있는 선인장의 모습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작가 자신이자 사랑하는 가족, 지인의 모습으로 대입될 수 있었다.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뜨겁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피어나는 선인장 연작을 통해 좋은 날에 대한 기다림과 믿음, 그 희망을 이야기한다.

 국 작가는 “페루 여행 당시 우연히 대여섯 종류의 선인장을 넣고 끓인 물을 식혀서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머리를 감기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고 잡귀를 몰아내고자 하는 샤머니즘의 정신이 지구 반대편 동양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에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선인장의 모습은 작가의 마음과 잇닿기 시작했다. 선인장의 형태가 남녀의 사랑,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 화목한 가족의 모습 등 삶의 여러 가지 장면으로 치환되며, 인간세상을 보여준다. 선인장을 그리되, 나만의 선인장을 그려야겠다는 작가의 생각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캔버스 앞에서만큼은 회화의 상상력과 재담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그가 부럽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