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리 소설가 장편소설 ‘블라인드’ 출간
장마리 소설가 장편소설 ‘블라인드’ 출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10.2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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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에 감춰진 진실과 마주할 시간

 “문학은 인간이 발명한 것 중에서 불행에 대처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라고 믿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말을 들은 순간, 장마리 소설가의 고민이 시작됐다. 이는 곧 문학의 치유성에 대한 말일 텐데, 본질적으로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소설가를 집요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절제된 문장으로 냉혹한 현실을 그려내기로 정평이 나있는 소설가는 그렇게 다시 한 번 소설을 쓰는데 미쳐 살기 시작했다.

 장마리 작가가 첫 장편소설 ‘블라인드(도서출판 바람꽃·1만3,000원)’를 펴냈다.

 이 작품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에 선정돼 빛을 보게됐다. 어딘가에서 해찰을 하고 있던 소설가를 붙잡아 준 빛이었던 것이다.

 소설은 비극 속에서 불우한 인생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의 느낌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추리적 기법을 활용해 흥미와 궁금증을 극대화 시킨다.

 줄거리는 이렇다. 소설 속 주인공인 경은은 바이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공항에서 자신의 남동생이 충격적인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됐음을 알게된다. 세상을 놀라게 한 ‘대학생 커플 살인’사건에 대한 뉴스였는데, 가해자는 다름 아닌 남동생 경민의 여자 친구인 미나였다.

 그러나 불행의 씨앗은 이미 오래전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어릴적 부모님과 떠난 여행에서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후, 함께 있던 남동생은 실어증과 심각한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었던 탓이다. 고아가 된 남매는 할아버지와 인연이 있는 청운사로 옮겨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지만 근원적인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그리고 경은은 남동생의 사건을 추적하던 중 어릴 적 겪은 부모님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이어지는 충격적 진실들, 감당하지 못할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소설가는 어느 한 가족사의 비극을 통해 인간의 내면세계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소설가는 독자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블라인드에 가려진 듯 도무지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인간의 눈이 먼 상태를 깨닫는 순간, 비로소 블라인드에 감춰진 진실과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병천 소설가는 “우리가 세상에 대해 얼마나 무지몽매했는지를, 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어지러운 조건들이 얼마나 심히 현재진행형으로 들끓고 있는지를 비극적인 어느 한 가족사를 통해 일깨워주는 소설이다”면서 “이러한 각성을 전해주기 위해 작가가 도입한 추리 기법의 스토리텔링은 다가갈수록 빠져들수록 아프면서도 현란하다”고 평했다.

 장 작가는 전북 부안 출생으로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2009년 ‘문학사상’에 단편소설 ‘불어라 봄바람’으로 등단했으며, 2011년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셋 블루스’가 선정됐다. 창작집으로 ‘선셋 블루스’와 ‘두 번 결혼할 법’(공저), ‘마지막 식사’(공저)가 있으며, ‘제7회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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