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비움과 인내로 재무장한 우리의 단색화
한국적 비움과 인내로 재무장한 우리의 단색화
  • 채지영
  • 승인 2018.09.27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상진 작 - CXⅦ
임상진 작 - CXⅦ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오랜만에 가족들과 모여서 지나간 얘기도 나누며, 오순도순 맛있는 것도 나눠 먹고 행복한 명절 보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석 기간 동안 날씨가 매우 화창해서 24일 밤 환하게 떠오른 밤하늘의 달을 보셨나요? 저는 환한 달빛을 보며 오늘 소개할 작품을 생각했는데, 잘 어울리는지 같이 살펴볼까요?

 오늘은 모노크롬(monochrome)작품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모노크롬은 색화(polychrome)과는 대비되는 개념으로 단일한 색조를 명도와 채도에만 변화를 주어 그린 단색화를 지칭합니다. 단색화는 색채 뿐 아니라 내용, 주제, 선, 형태를 거부한, 구성의 질서를 추구하는 전통적 미술개념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1946년 최초의 단색 실험을 시도한 클랭이란 작가는 1957년 일명 ‘인터내셔널 클랭 블루’라고 불리며 그의 고유한 청색 모노크롬을 고안했는데요. 그는 청색이 가장 비물질적이고 절대와 무한을 표상하는 색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작품은 故 임상진 화백의 입니다. 우리나라의 단색화의 열풍은 197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자유가 억압됐던 유신체제하에서 화가들에게도 침묵은 금이었지요. 작가들은 서양의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았으나, 캔버스 위에 수묵화, 서예 등의 한국적인 매체를 접목하여 무엇보다도 한국적인 정신으로 재무장하며 그들의 생각을 작품에 표현했습니다.

 故 임 화백도 만년에는 앙포르멜 시절의 한국의 대표작가로 각광 받으며 화려한 색채의 작품들을 그리셨는데요. 사회적 분위기를 따르신 것일까요? 단순화, 단일화된 흑백의 선을 화면에 그리시며 정신적 절대성을 추구하고자 하셨습니다. 또한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거부하며 흑백의 추상성을 함축하셨지요. 까만 밤 하늘에 마치 뒤에서 환희 빛나는 달빛을 생각하니, 작가님의 작품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만 같아 조금은 설레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부터 2주 동안 교동미술관에서는 작고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 됩니다. 전북미술의 선구자인 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하며, 높은 가을 하늘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글 = 채지영 교동미술관 학예사

  작품 = 임상진 作 CXⅦ(27×44cm, acrylic, 199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