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
최동현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9.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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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소리 연구가로 날카로운 비평을 서슴지 않았던 그였다. 그 날카로우면서도 냉혹한 비평가가 가을 바람을 타고 시인으로 등장했다. 도포 자락이 아닌 바바리 코트를 휘날리고 등장할 것만 같은 감성으로 말이다.

 최동현 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시인으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오래된 인연일 것이다.

 1985년 ‘남민시’동인지 제1집 ‘들 건너 사람들’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지만, 이후 오랫동안 시 쓰기를 중단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시인도 고백하건데, “시가 내 삶의 전부인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시를 오래 가까이 하지 못하고 살았다. 30년 만에 재회를 하면서 시집을 묶는다. 여느 시인이라면 여러 권의 시집을 냈을 세월을 보내고 겨우겨우 시집 한 권을 묶어 보았으나, 알갱이보다는 쭉정이가 더 많다”고 했다.

 엄살인 것은 아닐까? 예순이 넘은 나이에 세상에 내놓은 첫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모악·8,000원)’를 펴내며 시인은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듯 했지만,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지 않은 모습은 역시나 날카롭게 느껴졌다.

 그 지난한 시를 쓰고 싶었던 세월을 돌아 돌아서 마주한 시간, 시인은 어떠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등단한 지 33년 만에 펴낸 시집에는 지나온 세월 동안 시인이 품고 살았던 시대와 역사와 문학이 “눈물 닦으며/지워버린 꿈, 지워버린 노래”(민화4)가 되어 켜켜이 쌓였다.

 그의 시에는 1980년대를 관통하는 ‘아픈 자기’가 담겨 있다. 그 어떤 시대보다 시대와 역사의 파장이 단호했던 그 시절을 살았던 젊은 날의 모습, 그대로다.

 또 오랜 시차 속에서도 ‘아직도 너는 우리’라는 공동체의 힘과 연대에 대한 믿음도 뿌려져 있는 모습이다. 복효근 시인은 “최동현의 시는 설움을 딛고 평화와 자유와 사랑의 공동체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시집에는 한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고뇌와 희망의 기록으로 가득하다.

 총 66편의 시는 마치 조각칼로 세월을 새겨 넣은 듯, 시어와 시어 사이에 진한 삶의 향기가 퍼지고 있다.

 시집은 1부 ‘언 강을 건너며’, 2부 ‘민둥산 너머’, 3부 ‘모진 그리움’, 4부 ‘봄이 온다’ 등으로 갈래를 타고 있는데, 각각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은 시대와 역사의 겨울 속에서 도래할 봄을 기다리고 있다.

 김만수 평론가는 “최동현의 시집에서는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섭게 피어오르는 봄의 시절을 거쳐 가난한 식솔들과 이웃들이 악착스럽게 살아가는 여름의 모습, 그리고 모든 것이 서서히 익어가는 가을과 겨울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그러한 계절의 순환이 결국 한 개인의 일생이자 우리 사회의 역사인 것이다”고 평했다.

 최 시인은 순창 출생으로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전북작가회의와 전북민예총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군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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