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노벨문학상 꿈을 키우는 축제
미래의 노벨문학상 꿈을 키우는 축제
  • 이소애
  • 승인 2018.08.28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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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10월 초가 되면 노벨상 발표를 한다. 노벨문학상의 경우에는 발표일도 미리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전 세계 문인들의 호기심을 만들어내는 상이다. 그 노벨문학상의 꿈을 키우는 문학제를 전주시가 주최하고 전주문인협회가 주관해서 문학을 열망하는 전주시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아시아인으로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1901년 이후 4명에 불과하다. 1913년 인도 라빈드라이트 타고르, 1968년 일본 가와바타 야스나리, 1994년 일본 오에 겐자부, 2012년 중국 모엔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와야 한다. 그 꿈나무를 전주에서 성장하도록 노력해보고 싶다.

 지난 7월 말일에 마감한 <전주시민문학제>는 초등학교 저학년 그림일기에서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전주에 거주하고 있는 전주시민이면 모두 응모할 수 있는 백일장이었다.

 총 1,460여 편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하루종일 심사를 하면서도 초등부 그림일기가 606편이고 운문 산문이 520편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린 학생들의 열정적인 작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광채가 보였다. 작품마다 놀라운 상상력과 통찰력에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번뜩였다. 노벨문학상이다. 미래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되려는 푸른 꿈이 꿈틀거리는 게 아닌가. 어릴 때부터 천년의 도시, 꽃심의 전주는 문학의 꿈을 키우는 토양을 만들어 주고자 처음 시행한 백일장이었다.

 그림일기 심사평에서 ‘전주에서 자라는 어린이 특유의 감성이 녹아든 작품’을 선정하였다고 한다. 한옥마을의 기와집에서 놀랍고 신기한 지붕은 기와로 만든 기와집에 매료되어 어린아이가 그림으로 그린 일기에서 모두 전주의 맛과 멋에 동질감을 공유할 수 있었다.

 강준만 교수는 한겨레신문 칼럼에서 (2018.7.30.) ‘글쓰기가 민주주의를 완성한다.’라고 하였으며 <전주시민문학제> 작품공모는 전주시민들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전주시의 행정에 관심을 가질 것이며 이는 곧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전주의 문화 예술적 소양을 고양하고 시민과 소통하면서 문화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공유하는데 행사의 목적이 있었지만 많은 응모자들에게 상금 혜택을 주지 못해서 아쉬웠다.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전주에서 옛 조상들의 체취를 느껴볼 수 있는 것은 역사의 산 체험이다. 남고산성을 오를 때 기울어진 성채에서 백성들의 함성을 들을 수 있다.

 기린봉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의 광채에서 글을 쓰겠다는 새로운 꿈을 완성시킬 힘이 솟아오를 것이다. 그뿐이랴. 도란도란 전주천 물결 소리의 속삭임으로 다가오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전주천을 휘돌아 내가 사는 집 창문을 두드리는 곳, 전주다.

 전주천 자갈밭에서 천막을 치고 시끌벅적하면 서커스 공연이 있는 날이다. 코가 빨갛고 얼굴은 분가루를 뒤집어쓰고 헐렁한 멜빵바지에 뾰족한 모자를 쓴 삐에로의 광대극을 유독 좋아했다. 왜냐하면 배고픈 나를 웃겨주기 때문이었다.

 사춘기에 처음 알게 된 아침노을은 덕진연못에서 이었다. 뼛속까지 후비고 드러낸 빛 아침노을은 흰뺨검둥오리가 물무늬로 흩뜨려 놓으면 더 아름다웠다. 그리움이 가슴까지 차오르면 폭설에 부러진 겨울연대 꼭짓점에서 나는 핏빛보다 진한생의 꿈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었다. 저녁노을보다 더 매혹적인 아침노을이 나를 유혹한 덕진연못의 겨울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 모두가 전주이기 때문에 체험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어린 시절 담임선생님의 칭찬이 미래의 이정표가 되었듯이 <전주시민문학제>가 문학에 꿈을 꾸는 전주시민 모두에게, 아니 어린 꿈나무들에게 더 큰 미래의 꿈, 세계로 도전하는 노벨상 수상자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소애<시인/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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