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폭염에 물가 폭등, 자영업자 울상
[르포]폭염에 물가 폭등, 자영업자 울상
  • 김장천 기자
  • 승인 2018.08.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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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전주시 송천동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에서 돈까스 전문점 사장이 양배추를 세심히 살펴보고 있다. /김장천 기자

 #1. 돈까스 전문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모(49·전주시 송천동)씨는 최근 매장문을 열기가 무섭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식재료 값에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기 때문이다. 업소 특성상 하루도 빠짐없이 준비해야 하는 양배추 값이 한달 전과 비교해 2.5배가량 껑충 뛰었다.

 한달 전 1망(3개 들이) 값이 8,000~9,000원 했던 게 이달 10일을 전후해선 2만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김치, 양파, 대파 값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달 전 하루평균 8만원 안팎이었던 채소류 구매비가 요즘 들어서는 15만원을 육박하고 있다.

 유씨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폭염 등의 영향으로 크기·밀집도 등 상품 상태가 전에 비해 크게 떨어져 업주가 느끼는 물가상승률은 3배 이상으로 느껴진다”이라며 “전반적인 식재료 값이 크게 올라 잠깐 문을 닫고 싶은 정도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2. 전주시 완산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50)씨도 업소 오픈하는 마음이 무겁다. 한달 가까이 지속되는 폭염에 손님 발길도 뚝 떨어진 데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고기(돼지·소) 값에다 식탁에 올린 나물·채소류 값을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할 정도다.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상추 구매 값이 지난달 1만3,000원에서 최근 들어서는 2만5,000~3만원을 하고 있어 ‘금상추’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그나마 상태도 무더위에 짓눌려 있거나 바깥 부분이 마른 것도 상당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1근 기준 1만2,000원~1만5,000원 하던 건고추 역시 2만4,000원~2만6,000원을 하고 있고, 1만원선이었던 시금치는 2만8,000원대로 올라 감히 구매 손길을 내밀기 힘들 정도다.

 그는 “상품 질도 현저히 떨어져 채소상품 손실률이 높게는 20%에 이르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사고 있다”며 “예전처럼 대량 구매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지만 요즘 같은 폭염에는 진열·보관 문제도 있어 매일 같이 구매해야 하는 불편도 크다”고 푸념했다.

 올 들어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과 함께 최근 지속된 폭염 등으로 인해 일부 야채와 과일 가격까지 급등,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음식점의 경우 ‘손님 감소·식재료 값 폭등·업소 운영비 증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자영업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오후 5시 전주시 송천동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 이곳에는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상품보다는 가격표를 유심히 살펴보다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통상 상품의 질을 먼저 살피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주부는 쑥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 반쪽 짜리 무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의 장바구니에는 어패류와 생선이 등이 담겨 있어 해물탕 요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쑥 값을 확인해 보니 1박스가 무려 4만9,800원이었다. 마트 직원은 “계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1~2만원대인데 이달 들어서는 쇠고기 값보다 더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이곳은 다른 마트보다 비교적 가격이 싼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깻잎(1박스 2만8,900원), 애호박(2만7,500원) 등의 가격표를 보면 물가가 정말 많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 여름과일인 수박도 말할 수 없이 많이 올라서 올여름에 서민은 수박 먹기 힘들 정도다. 불과 한달 전에는 1만5,000원~1만7,000원 선에서 가격대였지만, 이날은 2만6,500원이라는 가격표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수박 값 폭등에 마트에서는 2분의 1조각은 물론 4분의 1조각도 등장했다. 이마저도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이 커 선뜻 손이 가지 않고 있었다.

 참외와 복숭아 등 과일류와 함께 오징어, 고등어 등 수산물 가격도 폭염로 인한 생육환경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맞아 소비자들의 주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례없는 폭염에 채솟값이 급등한 데 이어 봄철 이상저온 피해까지 겪은 과일값이 또 줄줄이 오르고 있다”며 “생육 부진인 탓에 오는 9월 추석 대목에는 과일 값이 더욱 급등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고 전망했다.

 김장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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