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숨결 사군자’ 전시에 다녀와서
‘선비의 숨결 사군자’ 전시에 다녀와서
  • 원암 오광석
  • 승인 2018.08.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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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전주총국 방송 80주년 기념으로 열리고 있는 ‘선비의 숨결 사군자’ 전시회에 다녀왔다.

 KBS 본관 뒤쪽에 자리 잡은 KBS갤러리에서 개관 첫 전시 주제를 ‘선비의 숨결 사군자’로 정하고 솔화랑의 소장품을 지원받아 도민들에게 정서함양과 정신적인 힐링을 위하여 6월 27일부터 8월 26일까지 두 달간 전시를 열고 있다.

 옛 문인들이 붓과 먹을 가지고 간략하게 그림을 그리고 여백에 주제에 맞게 화제를 쓴 그림을 문인화라고 하는데 서예와 마찬가지로 문인으로서 흥취와 멋, 그리고 학문적인 지식에서 뿜어 나오는 분위기, 또한 서법으로 익힌 탄탄한 필력이 작품 속에 스며있어야 수준 높은 문인화라 할 수 있다.

 특히 옛 선비(문인)들은 많은 문인화의 소재 중에서 매, 난, 국, 죽 네 가지를 사군자라 칭하며 더욱 좋아하고 자주 그렸다.

 이들을 선택해서 사군자라고 한 것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꽃과 향기를 피우고 고귀한 자태를 잃지 않는 등 그 품격이 군자의 성품과 닮았기 때문에 선비들로부터 사군자라 칭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

 첫째, 매화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어낸 후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냄으로써 선비의 굳은 지조와 절개로 비유되어 왔으며 매한일생불매향(梅寒一生不梅香/매화는 일생에 추운 곳에 지내나 향기를 팔지 않는다)이라는 화제의 글씨가 많이 쓰인다.

 둘째, 난은 깊은 산중에 홀로피어 고풍스런 자태와 함께 은은한 향을 내 뿜어 지조 높은 선비와 절개 있는 여인에 비유되어 왔다.

 셋째, 국화는 모든 꽃들이 시든 후에 찬 서리를 맞고도 꽃을 피워내는 강한 생명력과 인내력을 가져 고고한 은자(隱者)에 비유되어 왔으며 예로부터 오상고절(傲霜孤節/서릿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외로이 지키는 절개)이라 하였다.

 넷째, 대나무는 사시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며 속은 비어 세찬 바람에도 흔들릴 뿐 꺾이지 않는 강인함과 절개를 굽히지 않고 지조를 지키는 군자의 기상에 가장 많이 비유되어 왔다.

 이 네 가지에 소나무, 연꽃, 모란, 파초, 포도, 목련을 더하여 십군자라고 한다.

 이번에 KBS와 솔화랑이 기획 전시하는 ‘선비의 숨결 사군자’ 전은 1800년대에서 근대까지 활동하였던 작가들로 이하응, 이정직, 조주승, 김응원, 정학교, 허련, 서병오, 김규진, 허백련, 이응노, 장우성, 송성용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가 35명의 사군자 작품 5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에는 특히 난초에 뛰어났다는 대원군 이하응(石坡 李昰應/1820~1898)의 비단에 수묵으로 그린 석란도(石蘭圖) 대련 작품과 괴석으로 전국에 이름을 떨쳤던 몽인 정학교(夢人 鄭學敎/1832~1914)의 석죽도(石竹圖)와 괴석도(怪石圖), 우석 황종하(友石 黃宗河의/1887~1952)의 묵매도 10곡 병풍, 구룡산인 김용진(九龍山人 金容鎭/1878~1968)의 수묵담채 국화, 벽하 조주승(碧下 趙周昇/1854~1935)의 10곡 묵죽도(墨竹圖) 등이 걸려 있었다. 동시대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아쉬운 것은 KBS에서 개국80주년을 맞아 도민들을 위하여 솔화랑이 소장하고 있던 귀중한 사군자 전시를 2개월 동안 하는데 관람객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오는 8월 26일까지 전시가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전시기간이지만 많은 도민이 찾아가 수준 높은 정통사군자 작품을 관람하고 예술의 향기와 더불어 마음의 여유와 행복을 찾았으면 한다.

 

 글 = 원암 오광석(전북미협 서예분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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