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주인은 사람이다
도시의 주인은 사람이다
  • 최규명
  • 승인 2018.07.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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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하지만, 개성 있는 화가나 조각가, 액세서리 디자이너, 사진작가 등이 모여 독특한 예술적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그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지역의 문화가치가 상승하고 멋진 곳으로 입소문이 나고 사람들이 몰려든다. 매력 있고 아기자기한 거리에는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프랜차이즈 업종들이 들어오고 커다란 가게를 꾸민다. 이제 가난한 예술가나 기존 원주민들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난다. 원주민들이 쫓겨나도 임대료는 계속 올라간다. 결국 거리에는 매력이 사라지고 다른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업종들이 차지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줄어든다. 유동인구가 줄어들자 프랜차이즈로 대표되는 자본 역시 빠져나가고 이 지역은 다시 쇠퇴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 시나리오는 전문용어로 ‘젠트리피케이션’이라 한다.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1960년대 런던 도심의 황폐한 노동자들 거주지에 중산층이 이주를 해오면서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자 영국 사회학자 ‘우스 글래스’가 이를 설명하면서 유래했다. ‘신사계급, 상류사회’를 뜻하는 gentry와 화(化)를 의미하는 fication의 합성어로 우리말로는 ‘둥지 내몰림’이다.

 그동안의 도시정책은 대규모 재개발, 재건축, 신도시 개발 등이 추진되면서 지역공동체 붕괴, 사회적 갈등 유발, 부동산시장이 과열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하여 개발 효과가 원주민보다 돈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부작용을 초래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건물을 철거한 재개발 자리에는 아파트만 들어서 도시경관을 해치는 경우가 많았고 추진과정에서는 주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심의 낙후된 곳을 지역 특성에 맞게 발전시키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물리적 환경 개선 사업이 아니라 지역 실정과 주민에게 알맞은 모델을 만드는 고민을 해야 한다. 전라북도에서 도시재생 모범사례로 꼽을만한 지역이 군산이다. 도시가 팽창하고 신항이 생기면서 옛 군산항과 주변의 구도심은 점차 존재감을 잃어갔다. 하지만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다시 활력을 찾아가는 사례이다.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지역 맞춤형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우리 지역의 역사와 자연생태를 반영한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공약이 되고 국정과제가 되면 어떻게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쉬운 물리적인 환경 정비에 치중하면 안된다. 도시재생 사업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5년 동안 50조원이 투자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시간이 더 걸린다 해도 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 스스로 재생의 방향을 정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추진해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도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전라북도와 기관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드론으로 항공사진 측량을 실시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의 모습을 고해상도 영상자료로 구축하고 영상자료와 건축물을 3차원으로 시각화해 주민홍보, 보상, 조감도 제작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협업을 통해 도시재생 사업지역을 지적재조사사업과 동시에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나 전라북도뿐만 아니라 유관기관 또한 지역 상생이라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시재생 사업이 사람중심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계획을 현실로 바꿀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계획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과 주민 호응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게 된다. 도시의 주인은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고민하는 사업이 되기를 바란다.

 최규명 LX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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