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Design)의 미래’
‘디자인(Design)의 미래’
  • 박금숙
  • 승인 2018.06.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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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금숙 作 가치

 저녁에 청사초롱이 길게 늘어진 한옥마을을 걷다보면 한 낮의 분주함과 사람들에 치인 지쳤던 마음이 한결 위로를 받는 느낌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치마가 움찔거려도 귓가에 스치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각까지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연인들을 볼 때면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난다.

 “이 집은 한복 디자인이 이쁘네.”

 “한복에 어울리는 머리 장식 디자인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한옥마을의 한복집에서 일어나는 일상들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가 ‘디자인(Design)’이다.

 ‘디자인’이란 단어를 마주하면 대부분 현재 자신이 쓰고 있는 물건의 쓰임새를 더 좋게 만들거나 같은 물건이라도 그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부가적인 것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해묵은 의미에서 한 발 더 깊이 파고들면 디자인은 결국 ‘미래’에 시선이 고정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필자는 지난 27년 간 닥종이인형을 만들어 오면서 느끼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공예가 산업과 만날 수 있을까”였다.

 그렇게 시작한 고민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하는 ‘3D프린팅 한지인형’을 개발하게 되었고 사람들의 관심을 얻게 되었다.

 3D프린팅 한지인형은 기존 와이어로 만드는 닥종이인형의 바디를 3D프린팅으로 출력을 한 후 한지를 입히는 인형이다.

 이것으로 인해 시간과 경제적 절약이 80%나 이루어지는 혁신적인 개발이 되었다.

 처음 3D프린팅을 만났을 때 현장에서는 나사와 볼트와 같은 부품 생산이 전부였다.

 3D프린팅 산업이 문화와 만나 인형을 만들어 내니 다들 생소하게 생각하였다.

 최근 언론 매체를 통해 그 존재가 더욱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3D 프린팅 등 급속도로 발전하는 신기술을 바탕으로 퍼지고 있으며 디자인이 그 첨병역할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래란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떨어지는 게 아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인류가 과거에 꿈꾸고 노력했던 모습들을 현재의 시각에서 돌아보며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까?

 미래를 위한 준비는 성찰과 통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래는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 온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되는 디지털 기술 중심의 미래도 하나의 축이지만 모든 기술이나 산업의 변화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

 대량 생산, 산업화로 대표되는 서구 현대 디자인에 대한 대안으로 인간 중심, 자연 중심의 디자인에서 공유, 공존, 절제, 나눔, 배려의 다른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디자인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진화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전의 디자인이 눈에 보이는 스타일과 기능에 집중했다면 미래의 디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욕구와 필요를 찾아내고 이를 기술에 연결한다.

 이로써, 추상적이고 희미한 미래를 구체화 해 나갈 것이다.

 또한, 창의성과 스토리를 가지고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하하하, 호호호”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가족들이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웃고 있다.

 “가족사진 찍어드릴까요? 함께 서세요. 하나 둘 셋 찰칵!”

 건네 준 휴대폰에 활짝 웃는 가족들의 얼굴이 선명하다.

 전주 한옥마을의 여름은 가족들의 웃음과 배려 속에 오늘도 서서히 익어가고 있다.

 /글=박금숙(닥종이 인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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