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뛰어난 사람의 고뇌는 기쁨
가장 뛰어난 사람의 고뇌는 기쁨
  • 이소애
  • 승인 2018.06.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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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뛰어난 사람은 고뇌를 통하여 환희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세계명시선을 읽다가 독일의 유명한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독일, 1759~1805)의 시 <환희의 송가>에 마음이 꽂혔다. 베토벤도 이 시에 매료되어 30여 년이 지난 후 베토벤의 9번 ‘합창 교향곡’을 세상에 내놓았다고 한다. 넓고 넓은 인류애와 기쁨의 의미를 담은 이 곡은 인류의 화해를 갈구하기도 하고 각 개인의 번뇌를 극복하고자 하는 음악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곡은 세상의 평화와 모든 인류의 우애를 찬양하는 위대한 음악을 가슴에 담고 싶어 한 달여 동안 감상하고 있다.

 <환희의 송가>에 마음을 빼앗긴 뒤로는 창문을 열자마자 새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는 일도 잊었다. 왜냐하면, 생을 마감하는 날 <환희의 송가>를 들으면서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갑자기 우울해졌기 때문이다.

 삶의 질이 떨어져 자발적 죽음을 택하게 되었노라고 말한 이는 올해 104살이 된 호주의 ‘데이비드 구달’이다. 그는 현역 생태학자이며 대학에서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교수이기도 하다. 스위스로 건너가 안락사를 택한 날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행하기 위하여 스스로 진정제 등을 혼합한 정맥주사의 밸브를 열었다 한다. 마지막 식사는 평소 즐기던 피시앤칩스와 치즈케이크를 먹었다.

 ‘구달’은 “죽는 것보다 죽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게 진짜 슬픈 일”이라며 노인의 조력 자살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송년음악회에서 피날레 장식으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교향곡 4악장’은 시인 ‘실러’에 의해서 만들어졌으며 <환희의 송가>는 한 사람의 영혼에 행복하고 편안한 생을 마감하도록 기여하였다.

 무한한 인류 사랑과 환희의 메시지를 담은 시가 음률을 타고 세상에 밖으로 나와 개인의 갈등을 해소시키고 인류의 화해를 염원하는 음악이 되었다.

 인간의 갈등을 끌어안으며 포용하는 예술인이 있기에 인간은 삶의 괴로움을 이겨 낼 에너지를 얻는 게 아닐까. 방황할 때 옆구리에 낀 작은 시집에서 얻은 짧은 시 한 구절이 목마를 때 샘물처럼 활력을 얻는다.

 예술인들은 사명감이 있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본인의 시련과 고통이 강한 예술인으로 만들고 사물의 숨어 있는 영혼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ㅎ신문의 김영훈 생각 줍기에 실린 짧을 글을 떠올려 본다.

 두 계단씩 오르는 경우는 있어도,

 두 계단씩 내려 딛는 경우는 ‘없다’….

 있다면 인생이 꼬이고 휘청거릴 ‘때’이다….

 아파트 계단을 오를 때면 짧은 이 글귀가 생각난다. 아니 두 계단씩 내려 딛는 경우가 없는데도 행여 휘청거리다가 추락할까 봐 조심스럽다. 경제적 활동을 멀리하고 있는 나에게는 신간 서적들이 친구가 되었다. 녹슬어 가는 사람에게 책은 삶의 윤활유가 되기 때문이다.

 요즈음 예술인들을 자주 만날 기회가 있어서인지 하고 싶은 말들이 쌓여 간다. 마치 단체의 장이 품격을 높여주는 양 독선적이며 교만한 예술인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사라진다.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명약이 될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 참된 예술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뛰어난 사람의 고뇌는 기쁨이다. 그 기쁨을 얻기 위하여 나를 성찰해 본다.

 이소애<시인/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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