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박인숙·천은규…3대를 이은 예술혼
박수근·박인숙·천은규…3대를 이은 예술혼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6.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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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 아기업은소녀(offset)
 향토성 짙은 작품으로 가장 한국적인 현대 회화를 그린 작가로 평가받는 박수근(1914~1965), 그리고 아버지를 꼭 빼어닮은 맏딸 박인숙,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작품세계 위에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천은규 작가까지…. 3대를 이은 예술혼으로 불타고 있는 그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누벨백미술관(대표 최영희)은 7월 7일까지 ‘3대를 이은 예술혼, 그리움- 박수근, 박인숙, 천은규 초대전’을 개최한다.

 이번 초대전에는 평생 서민들의 삶을 선한 시선으로 보듬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 박수근이 저잣거리와 빨래터 등에서 상인과 아낙네를 모티브로 마티에르로 담아낸 ‘아기 업은 소녀’, ‘귀로’, ‘장사하는 여인’ 등 주옥같은 작품을 옵셋(offset) 판화로 선보인다.

 특히 박수근의 작고 주기 때마다 일정 수량 한정판으로 제작한 옵셋 판화 중에서도 그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별했다. 단발머리의 소녀였던 맏딸을 모델로 그린 작품에서 삶의 원천인 가족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박수근의 장녀 박인숙 작가의 작품 ‘엄마따라’, ‘고향길’, ‘그리움’에서는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아련하게 되살아난다. 아버지의 선한 인품과 예술성을 오롯이 이어받은 박 작가는 화폭에서 고향을 노래한다. 단순한 형태로 대상의 본질을 부각시키고 거친 재질감으로 한민족의 정서를 끌어내고 있는 방식은 아버지와 닮았지만, 그 색감의 구현이나 붓끝에서 나타나는 섬세한 터치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박인숙 작가는 “이상하게 도시의 이미지보다는 농촌의 풍경에 마음이 끌린다”면서 “어린시절부터 아버지 옆에서 그림을 그렸고, 아버지의 작품을 보고 성장한 것이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버지의 작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10대 때 봤던 느낌과 30대, 40대, 현재의 70대에 이르기까지 그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면서 “우리네 묵은 된장처럼 거르고 걸러 소박한 색감으로 민족의 모습을 표현한 아버지의 작품에서는 한 줌의 흙냄새를 맡게돼 정겨움이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천은규 작가는 삶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의 감정에 대해 주목한다.

 이를 테면, 인간의 희노애락 뿐만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까지 말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며 생명력을 이어가는 인간의 감정이 지니고 있는 각각의 에너지를 ‘갈망’과 같은 작품을 통해 변용을 시도하고 있다.

 최영희 대표는 “대를 이은 예술혼으로 활짝 꽃핀 소중한 작품들을 우리 지역에 소개할 수 있어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면서 “서정성과 가족애가 깃들어있는 박수근 화백 3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함께 교감하고 치유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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