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라도 피할 수 없는 축구열기
부부 사이라도 피할 수 없는 축구열기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8.06.2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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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멕시코 월드컵 예선전을 앞둔 21일 한국 남편 이민구씨와 멕시코 아내 이사벨 에스테파니 카바소스씨가 서로 승리를 장담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기주 기자
 월드컵 16강을 위한 운명의 대한민국·멕시코 전(23일)의 경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피할 수 없는 부부싸움을 해야 하는 부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한국 남편 이민구(32)씨와 멕시코 아내 이사벨 에스테파니 카바소스(30)씨. 이들 부부의 이색적인 ‘월드컵나기’를 들어봤다.

 평소 서로 애정이 끊이지 않았던 이들 부부는 최근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월드컵 F조에 속한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성적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 주말 16강의 행방을 가릴 수 있는 숙명의 경기를 앞두고 이들 부부의 신경전은 전시상태였다.

 “No es posible(불가능합니다).” 한국이 멕시코를 이길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가 답한 대답이다.

 그녀는 “멕시코는 우승팀을 꺾을 정도로 그 실력이 세계무대에서 입증됐다”면서 “한국팀의 평가전과 예선전을 지켜봤지만 멕시코를 이길 수준이 아니다. 이번 주말 멕시코의 2연승이 이어질 것이다”고 자신감을 들어냈다.

 이사벨은 중·고교 시절부터 직접 축구부 활동에 참여할 정도로 축구 ‘광팬’이다. 특히 멕시코 축구대표팀에 대한 자부심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멕시코 축구를 사랑한다. 최근 조별 예선에서 멕시코가 전(前) 월드컵 우승국인 독일을 상대로 1:0으로 승리하면서 그녀의 기세는 당당하기 충분했다.

 이에 대해 한국 남편 이민구씨는 “16강 문턱을 넘기 위해서라도 이번 경기는 ‘필승’해야 한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평소 한국은 멕시코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아내에게 놀림 받던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지면 앞으로 4년 동안 또다시 침묵을 지켜야 한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시’라는 말의 이유를 묻자 이씨는 “지난 2014년 부부가 한국에 들렀을 때 마침 한국과 멕시코의 평가전이 열렸고 이날 한국은 0-4로 무참히 패했다”면서 “당시 한국이 실점할 때마다 아파트는 고요함이 가득했지만 유독 우리 집만 환호가 넘쳐났다. 이사벨 혼자 소리 지르며 환호했기 때문이죠”라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당시 경기에서 실점이 누적되자 아버지 표정이 굳어져 민망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에게 예상 점수를 묻자 이씨는 1:0으로 한국의 승리를 점쳤고 이사벨은 2:0으로 멕시코 승리를 장담했다.

 이사벨은 “남편을 따라온 한국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월드컵이다”면서 “둘 다 최고의 성적을 내면 좋겠지만, 굳이 한 팀을 뽑자면 ‘멕시코’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지난 2015년 결혼해 다섯 살배기 아들 환희(5)군을 두고 있는 이들은 전주에서 멕시코 전통 음식인 ‘타코’ 레스토랑을 준비 중이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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