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조각을 전공한 이유일까, 8미터에 달하는 조각가 김성수의 작품
거북이, 곰, 병정인형, 놀이기구…. 그것들은 그가 기존에 창작하였던 작품들의 미니어처로 작고 섬세하게 제작된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동물, 동화, 놀이공원 등에서 받은 영감으로 작품을 진행해 왔다. 그중 브레멘의 음악대, 거대한 곰인형 등은 김성수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그 이미지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또한 많은 작업시간 때문에 시간에 쫓길만한데도 언제나 느긋하지만 시계추처럼 움직이던, 태산도 옮길만한 그의 성품도 새삼 떠올랐다.
자신의 작품을 거시적 관점으로 한눈에 바라보길 원했을까, 체스판처럼 느껴지는 우리의 세상을 관중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은 것일까. 조각가 김성수는 작품의 주인공들을 한곳에 모아 팔각형의 대륙, ‘옥타곤’의 세계를 형성했다. 그의 세계는 공동작업자인 미디어아티스트 김용찬 작가의 영상덕분에 신비감마저 들게 한다. 원형스크린사이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우주의 중심에 서서 옥타곤의 세계를 관중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또는 체스의 말처럼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오늘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요즘 다들 힘들다 말한다. 바쁜 일상을 한나절쯤 미루고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6월 24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가면 김성수 작가의 <옥타곤>을 만날 수 있다.
글 = 이길명(조각가, 미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