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세계 여러 가족들의 삶 또한 다르지 않아
[영화제] 세계 여러 가족들의 삶 또한 다르지 않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5.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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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 푸티지 영화의 거장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
 “아주 느린 호흡의 영화인데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관람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대된 구스타프 도이치(Gustav Deutsch) 감독은 영화 ‘우리가 사는 방법’상영이 끝난 뒤 열린 GV에서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의 영화가 상영된 섹션은 낯설지만 다채로운 영화적 제스처를 확인할 수 있는 ‘익스팬디드 시네마’. 조금은 난해하고 어렵지만 영화의 광범위한 실험과 확장의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 상영돼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는 섹션이다.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은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영화의 거장이다. 파운드 푸티지는 감독이 직접 카메라로 촬영하지 않고 기존에 존재하는 다른 작품을 재편집하여 새로운 맥락을 창조하는 기법을 말한다.

 그가 이번에 선보인 영화 ‘우리가 사는 방법’ 또한 세계 여러 필름 아카이브에서 수집한 일반인들의 녹음파일 기록을 여행처럼 펼쳐내고 있다. 다양한 가족들의 모습이 담긴 모습을 발췌해 전혀 새로운 리듬과 맥락 속에 재구성해 보이고 있는 것.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세계 여러 가족들의 삶 또한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대별로 다양한 형식으로 기술되는 미디어의 변화까지도 감지할 수 있었다.

 “25년 전부터 역사에 남겨지지 않는 영상 기록물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예를 들어 뉴스나 광고, 과학자료 등 보통 우리가 생각하기에 보관할 가치가 있는 것들은 남겨질 테지만, 홈무비의 경우 너무도 개인적인 시점의 영상이기 때문에 없어지고 말겠죠.”

 그러나 감독은 이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을 담아낸 영상을, 시대적 흐름이 녹아있고 디테일이 살아 있어 재조명하고 보관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테면, 과거의 경우에는 집에서 온 가족이 보는 용도로만 촬영을 했던 영상들이 현재의 시대에서는 유튜브에 올리거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촬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보다 넓은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는 홈무비의 변화로 볼 수 있다. 감독은 특히 이러한 변화가 인간의 행동 양식에도 어떠한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이 것이 바로 영화의 출발이 됐다.

우선, 홈무비의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포커스를 맞춰야 했다. 그래서 감독은 가족이 먼 타국에 떨어져 살아 영상으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촬영된 것들로 범위를 좁혔다. 친인척들에게 현재의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니, 아이들이 소재로 많이 나오기도 하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을 때의 모습이나 생일파티 등의 장면이 자주 등장하게 되는 이유다.

 “지극히 사적인 내용을 스크린에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고민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완성되고 후대 사람들을 초대해 영화를 볼 수 있게 했는데, 제 영화에 나온 19세의 신부가 82세의 할머니가 되어 영화를 보러 와 감독으로서 보람찬 시간이 됐습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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