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변해야 한다 ‘만듦-소통-문화적 공간의 길을 찾아’
문화공간 변해야 한다 ‘만듦-소통-문화적 공간의 길을 찾아’
  • 홍현철
  • 승인 2018.04.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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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예술공장
 문화는 무척 외연이 넓다. 다양한 영역과 경계하면서 교섭한다. 그래서 문화는 살아 숨 쉬는 생물체에 비견되곤 한다.

 문화에 대한 학문적 사유의 본질적 원천은 만듦이다. 만듦의 행위와 그에 대한 해석을 사람의 마음에서 찾는다. 따라서 문화는 마음과 마음의 만남 즉, 소통을 가장 중요시 한다.

 사람의 세상, 사람 살이와 소통하기 위한 과정을 디자인하고 담아두는 곳이 바로 문화적 공간이다.

 요사이 전주와 완주를 비롯한 도내에서는 문화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야심차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국책지원사업과 지역정부의 문화조성 사업들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전주시는 팔복동 산업단지 내 폐공장을 시민을 위한 공간인 ‘팔복예술공장’으로 조성하여 북부권 문화 중심지로 재탄생시키려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은 문화·예술·인권의 공간으로 기능을 전환하는 ‘서노송 예술촌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노후 주거지 밀집지역인 서학동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되어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을 기다리며 지속사업으로 진행중이다.

 완주군은 삼례문화예술촌과 복합문화공간-누에를 지역의 문화공간, 문화재생, 도시활성화 및 문화 관광도시 조성 목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 일본- 가나자와 예술촌(지역민의 문화거점지)
 문화공간이란 좁게는 지역주민의 소통과 놀이의 장이다. 더불어 예술과 문화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문화시설이며 넓게는 이러한 문화시설을 통해 도시 활성화와 도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는 공간이다.

 넓게 생각하면 자신과 사회 세계를 이해하고 표현하며 삶에 대한 통찰을 얻는 공간이 바로 문화공간인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서 전개되어왔던 문화공간사업 등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예술정책은 긍정적 평가보다는 부정적이며 편파적인 문제점을 양산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현상들은 문화정책의 과거가 남긴 잘못의 반성이 아니라 통제된 반성이었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제논리는 문화예술정책에 영향을 주었고 변화의 물결은 과거의 그림자에 대한 반성보다 통제에 의한 반성이었기에 오히려 문화에 대한 불균형과 양극화가 더 커졌던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젠 문화공간이 변해야 한다. 공간의 개념은 문화시설이나 문화 공간 그리고 문화적 공간을 포함한다. 문화공간은 이제 문화적 공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문화적 공간이란 공간의 개념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문화가 존재한다고 느끼게 하는 가상의 영역을 말하며, 가시적 공간속의 콘텐츠와 비가시적 공간속에 프로그램 콘텐츠를 포함한다. 문화적 공간의 핵심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또한 문화공간사업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문화적 공간의 지배구조도 변화를 가속화해야 한다.

▲ 중국-따산스 798.(문화공간의 확산)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주도 아래 움직이는 공간의 지배구조는 더 이상 받아 들여서는 안된다. 도심의 입지조건의 수월성이나 문화재적 가치, 건축물의 활용도, 건축과 관련된 도시 역사성, 장소성 등을 살려내며 장르 전용공간의 성격을 강하게 하는 정부 주도의 공간 지배구조는 이제 소통과 융합의 장으로 바꿔져야 한다.

 문화적 공간은 만듦의 행위와 만남의 소통을 담아내는 장소이기에 예술가와 기획자, 시민이 주체가 되어 자발적, 자생적인 구조가 되어야 한다.

 예술적 성찰과 더불어 예술의 사회적 가치 구현을 바라는 민간 주도형 지배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더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최소한의 리모델링을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공간 활용을 경험적으로 만들며 접근해야 한다. 예술과 삶의 결합, 지역과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통한 다기능적 역할이 주어지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된다.

 그동안 국내의 문화공간의 문제점이었던 예술중심의 시설 개념과 성과주의 맥락, 가시적 효과, 공모 형식의 운영 및 천편일률적 규격화된 모델의 일괄적용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단일장르를 수용하는 공간으로부터 탈피하여 복합적 기능과 지역사회 프로그램의 능동성, 자발성을 담아내어야 한다.

 운영의 방침을 처음부터 확정된 공간계획과 성격, 프로그램을 가지고 접근하지 말아야 되며 다양한 연구방법들과 횡단성과 융복합 학문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몽테뉴가 수상록(Essais)에서 ‘다른 곳을 사유하자’는 말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과 고통에서 빠져나와 병을 치유하는 가장 일반적인 처방으로 서술한 것처럼 문화공간 사업에 대한 강박관념과 문화정책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특효는 정부 주도의 통제의 반성과 제도적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금 이시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문화적 공간의 활성화를 위해 지금까지의 행보를 되돌아보며 생각과 관점을 바꿔보는 것이 요긴하고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글 = 홍현철(서양화가, 미학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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