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 박사와 ‘동암’ 선생
‘호킹’ 박사와 ‘동암’ 선생
  • 이민영
  • 승인 2018.04.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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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4월 20일은 제38회 장애인의 날이다. 이 유래는 1981년 UN이 ‘장애인의 해’를 지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무렵 우리나라에서도 이날을 지정해 심신장애자를 위한 복지사업과 기념행사를 갖게 됐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우리도 장애인 복지나 재활, 인권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10년 전 필자는 지역위원 자격으로 장애인학교 운영위원장직을 2번이나 수행한 바 있다. 그래서 매년 장애인의 날이 되면 남다른 관심이 생긴다. 이번엔 두 분의 장애인을 생각했다. 한 분은 지난 달 77세의 일기로 생을 마친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박사이고, 또 한 분은 현재 싯가로 650억원쯤 되는 사재를 기부해 동암 장애인복지관을 만든 81세 동암 양복규 선생이다. 출생과 활동 분야, 그리고 장애환경과 삶의 영역이 다른 동서양의 두 분을 떠 올렸다. 나름의 비교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 이들에게서 위대한 삶의 가치를 하나씩 발견하게 할 때 마다 가슴 한 켠이 가득 채워짐을 느꼈다.  

 두 분은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점이 같다. 하지만 장애 정도나 성장 환경, 그리고 활동분야가 다르다. 이 밖의 것들도 그랬다. 하지만, 삶에 대한 태도나 자기 분야에 대한 열정, 그리고 이 분들이 세상 사람으로부터 존경받거나 삶의 가치를 인정받음은 동일선에 놓이는 것 같다. 호킹 박사는 많이 배우고 부유한 부모 슬하에서 자랐고, 동암 선생은 배우지 못하고 찢어지게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장애 상태를 보면 호킹 박사는 정상인으로 성장하다가 20세 전후 ALS병을 얻어 극심한 장애인이 됐고, 동암 선생은 5세 때 소아마비 장애를 가졌다. 호킹 박사는 양자역학과 결합한 우주론을 연구하는데 일생을 바쳤고, 동암 선생은 한학과 한의학 분야에 평생을 전념했다. 호킹 박사는 물리학자로서 학문적 업적을 후세에 남겼고, 동암 선생은 어렵게 벌어들인 사재를 아낌없이 세상에 내 놓았다.

 이렇게 두 분은 장애인으로서 다른 길을 갔다. 하지만, 동일한 가치를 추구했다. 호킹 박사는 학자로서 신체의 퇴화와 고통을 감내하면서 생이 마감될 때까지 학문연구에 몰두했고, 동암 선생은 장애인의 재활 등 복지 분야에 기여했다. 호킹 박사는 어려서부터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부친으로부터 신비한 우주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 더 넓은 세계를 동경했다. 그의 부친은 그에게 학문에 대한 경외와 탐구정신을 갖게 했다. 그러나 어린 동암의 부모는 가난한 농사꾼이었다, 그의 저서 『산 속에 버려버리라 했던 장애인, 동암 양복규』에서 말해 주듯 그는 버림을 받아야만 할 쓸모없는 아이였다. 어린 동암은 모정 위에 올려져 일터에 나간 부모를 그리워하며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게 됐다. 몸은 장애였지만 총명한 정신이 있어 사물에 대해 본질을 사유하고 근본을 꿰뚫었다. 등에 엎힌 동암은 모친으로부터 ‘누가 공짜로 고구마나 옥수수를 주면 절대로 먹지 말라’는 소릴 듣고 자랐다. 아주 어릴 적부터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터득한 샘이다. 이러한 훈도 덕에 동암은 근면 성실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 돼 큰 돈을 벌었다. 동암고교를 비롯한 동암 재활원 등은 배우지 못한 그의 부모가 위대한 지혜로 만들어 준 선물이다. 호킹 박사와 동암 선생의 부모가 각각 처지는 달랐지만 체험적 사표가 된 점은 실로 의미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장애인인 호킹 박사, 지역에서 존경받는 동암 선생의 이야기가 신선한 공기처럼 느껴진다. 만약 호킹 박사가 편견이 많은 한국에 살았더라면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제 G20국가가 된 우리 나라. 300만 장애인이 편견 없이 사회에 참여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거친 삶을 헤쳐 온 장애인 동암 선생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 두 분의 이야기를 통해 미쳐 깨닫지 못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면 오늘 아침이 더 상쾌할 것 같다.

  이 민 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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