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다, 대중화 길
전통 제다, 대중화 길
  • 이창숙
  • 승인 2018.04.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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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27>
야생 차밭에서 채취한 찻잎을 손질하고 있다.
 차를 만드는 철이 되었다. 제다인의 마음은 바빠질 것이다. 차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 또한 분주할 것이다. ‘전통 제다’(製茶, 차를 만드는 기법)가 국가무형문화재(제130호)로 지정된 지 올해로 3년째이다. 차를 만드는 기법이 전승되고 그에 따라 마시는 방법에 대한 전통성을 인정한 것이다. 특정 보유자와 보유단체 없이 ‘전통 제다’만을 지정했다. 이는 차 산지인 경남 하동, 전남 보성·구례 등 한반도 남부지방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방식과 형식에 따라서 차를 제조하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공유·전승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문화재청은 지정 당시 ‘제다’의 전승은 물론, 한국 전통 제다 관련 문화콘텐츠 창출을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등 제다의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통과 대중화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차를 만들고 마시는 것이 전통을 지키는 것이 되었다. 제다의 가치가 단순히 전통과 전승에만 가치를 둔다면 조금은 그 의미가 퇴색되고 대중들에게 외면받을 것이다. 차를 만드는 주체보다 제다의 가치에 비중을 둔 만큼, 물론 비중의 경중을 나누기는 어렵다. 차는 기호 음료이니 소비하는 사람까지 모두가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본래 문화콘텐츠란 산업화와 관련된 용어에 가깝다. 디지털시대에 인터넷, 휴대폰의 출현은 문자, 이미지, 영상 등 정보의 복제와 전송을 빠르게 한다. 언젠가 인기 연예인이 차를 마시는 장면이 TV에 방송된 뒤 그 차는 폭발적으로 인기가 있었다. 이렇듯 미디어의 파급효과는 참으로 크다. 현대는 공간적 시각에서 시간적인 앞을 보는 비젼의 시대이다. 문화적 삶을 즐기는 시간은 여가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달렸다. 하나의 소스로 다양한 활용(one source multi-use)이 가능해진 것이다. 대중의 기호를 이해하고 연계상품을 만들고 실현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 부분에 치중하다 보면 자칫 전통은 소홀해질 수 있다. 이 모두 어려움이 따르는 작업이다.

  콘텐츠는 개인과 국가의 메시지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소통의 수단이다. 이미지를 쇄신하기도 한다. 느리며 옛것의 재현이라는 측면은 대중에게 한 번쯤은 호기심을 불러올 수 있지만 지속성은 떨어질 것이다. 단지 특정 단체만이 누리는 콘텐츠가 될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면 좀 더 지속 가능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와 국가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특정 단체에 일임하는 실적 위주의 행정보다는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1년 내내 차를 만드는 중국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차문화 생산국이다. 10대 명차 지정은 물론 제다기술이 ‘비물질문화유산명록’ ‘전통 기예’ 부분에 기록되어 관리되고 있다. 과거도 현재도 우리의 차 시장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들만의 문화로 잘 정제시킨 일본의 차 문화, 일본은 1900년 초에 세계 차 무역에 뛰어들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제다협회를 만들어 제다에 주력하였다. 우리가 제다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지만 우리만의 스토리를 갖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다는 차나무의 싹이나 잎을 솥에 덖거나 쪄서 산화를 막고 발효를 시키지 않는 녹차와 발효를 시키는 방법이 있다. 한국 녹차의 경우 찻잎을 가마솥에서 고온에 덖고, 비비며, 건조과정을 거쳐 마실 수 있는 차로 완성된다. 물론 섬세하고 다양한 기술에 따라 차의 맛과 향기, 색이 다르다. 마시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역사적 사실이지만 현대와 동떨어지고 전통문화의 단순한 차용만을 한다면 의미를 잃을 것이다.

  먹을거리는 만들기에 앞서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변화는 일어날 것이다. 시대적 상황도 잘 반영될 것이다. 특히 기호음료인 차는 맛과 멋, 웰빙이 함께하는 문화이다. 차를 마시는 것이 어렵고 신비로운 것에만 치중한다면 디지털시대에 뒤처진 콘텐츠가 될 것이다. 좀 더 멋진 현실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 글 = 이창숙 문화살림연구원 원장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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