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의 핵심 내용은 ‘비급여의 급여화’이다. 그동안 건강보험 혜택에서 제외돼 있던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건보 적용 대상으로 포함해 현재 60%대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MRI, PET 같은 검사나 상급 병실료, 최신 약물과 다빈치로봇수술 같은 첨단치료법 등은 건강보험에서 제외되어 ‘비급여’라는 이름으로 비싼 의료비를 부담해야 했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메디컬 퓨어’등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 그만큼 많은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현 건강보험급여 수가에 있다. 정부도 인정하듯이 현재 우리나라의 급여 수가는 원가의 약 69% 정도의 수준이다. 한마디로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어떻게 병의원들은 버텨온 것일까? 그동안 병, 의원들이 살아남은 데에는 바로 두 가지 비결이 있었다. 첫째가 바로 ‘비급여’이다. 원가에서 부족한 급여 수가를 비급여로 벌충해 왔던 것이다. 일반 병실이나 중환자실에서 나오는 입원비로는 병원 운영이 어려워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줄이고 추가 비용을 받을 수 있는 상급 병실을 더 많이 만들어 수입을 맞추어 온 것이다. 이런 비급여 항목이 병원들의 실질적인 수입이 되다 보니 비급여 항목이 적거나, 수가가 촘촘히 통제되는 진료과목은 병원 내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이는 소위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비인기 진료과들로 일반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사람의 생명과 즉결되는 진료과들이다. 이런 수가 체계의 왜곡된 구조는 그동안 의료의 시스템 전체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중증외상 전문의로 유명한 이국종 교수(아주대)가 환자를 살릴수록 병원에 손해를 입히는 의사로 찍혀 자괴감이 든다는 일갈처럼, 그 분야에서 종사하는 동료의사들의 고충을 수도 없이 지켜봐왔다. 두 번째 비결은 바로 ‘박리다매’이다. 주로 개인 의원이나 중소 병원 등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이 생존하려고 걸어온 길로 30분대기 3분 진료라는 악명 높은 한국 의료의 상징을 만들게 된 방법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병의원이 무리한 방법으로 환자 유치를 하게 되고, 경쟁에 뒤처진 병·의원들은 도태되면서 오히려 소신 진료하면 망한다는 말이 사실처럼 의사들 사이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올바른 방향은 한마디로 저부담-저수가-왜곡진료의 악순환을 적정부담-적정진료-적정수가의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가 자칫 저수가 구조를 더욱 악화시켜 의료 자체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위기감을 의사들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정부와 의사들 간의 문제가 아니라 혜택도 부담도 책임져야 하는 국민 모두의 일이다. 기존 비급여의 남용이 의료시스템을 왜곡해 왔기에 분명히 개혁은 필요하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인 저수가 구조를 먼저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충실한 내용의 정책을 정부가 제시해야만 의사뿐만 아니라 국민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준<신세계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부안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