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와 주차장, 그리고 편리함
KTX와 주차장, 그리고 편리함
  • 김병용
  • 승인 2018.04.0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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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전주는 교통의 오지였다. IMF전에는 지방은행이 10개나 있었던 적이 있었다. 10개 지방은행이 모이는 회의를 통상적으로 서울에서 개최하곤 했는데, 돌아오는 교통편이 문제였다. 가장 먼 제주, 부산, 경남은행은 비행기를 타러 김포로 향하고, 대구, 충청은행은 서울역으로 가는데, 전북은 비행기나 기차를 탈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관계로 고속버스터미널로 갈 수밖에 없었다.

 고속버스터미널 역시 김대중 정부시절 센트럴시티가 준공되면서 으리으리한 건물로 지어졌지, 그전에는 11층 규모의 경부선터미널에 비해 보잘것없는 3층 높이의 가건물 터미널을 이용해왔다. 그러던 중 2004년 4월에 경부선 KTX가 개통되었고, 2015년 4월에 이르러 용산역과 송정역을 잇는 호남선 KTX가 개통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날 고속버스에만 의존하던 시기에 비해보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덕분에 최근에는 서울로 출근해서, 광주 가서 회의하고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다시 서울 일정을 소화할 정도의 1일 생활권이 되었다.

 필자는 전북은행에 근무하다 연말인사로 JB금융지주로 이동하게 되어 매주 KTX를 이용하고 있다.

 금요일 오후나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전주로 내려오고 월요일 새벽에 다시 상경하곤 하는데,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어 말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전주역에는 주차공간이 현저하게 부족하다. KTX를 타고 서울로 가다 보면 익산역, 공주역, 아산역, 광명역 등을 지나가게 되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것만 봐도 전주보다는 훨씬 넓은 주차공간이 보인다. 부럽기도 해서 한번 코레일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를 해보았더니, 역시나 예상했던 것보다 차이가 많이 났다. 전주역 주차면수는 총 98대에 불과했다. 그나마 익산역은 485대나 되었는데, 이런 차이가 주차의 편리성으로 이어져 혁신도시나 전주 일부 지역의 탑승객들이 전주역보다도 익산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벌써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전주보다 작은 인구 10만명 수준의 공주역이 224대, 인구 65만명의 천안아산역은 524대, 인구 34만명의 광명역은 무려 2,189대의 주차공간을 확보,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전주시에서도 이런 열악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홈플러스주차장 (469면, 2017.3)의 공동이용 협약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지역들의 이러한 인프라가 부럽기만 한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둘째, 주차공간은 부족하더라도 이용자 중심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서울처럼 대중교통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 이용자들이 승용차를 이용해서 전주역에 오게 되는데, 단시간 내에 주차공간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픽업을 하러 오는 가족들이 주차공간이 없다 보니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타이밍 맞추기 작업이 필요하다.

 이용자들이 주차는 안 되더라도 잠시(5분~10분)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이나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운 가족이나 멀리에서 방문하는 분들에게 좀 더 편한 분위기를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셋째, 작년 말부터 KTX 혁신역 신설, 익산역의 이전, 전주역사 신축, 전주역앞 마중길에 대한 찬반여론 등에 대한 지역에서의 논쟁이 지속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때마다 유력한 정치인, 행정가, 그리고 교수님 등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나타나 열띤 토론과 주장을 하곤 하지만, 지역주의에 기인한 의견들로는 결코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것 같이 보인다.

 따라서 이제는 지역논리를 떠나서 기본적인 인프라가 준비된 곳이 편리하다는 관점하에서,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KTX역이 어디에 있든,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편리하다는 것은, 언제나 자동차를 가지고 와도 단시간 내에 주차가 가능하고, 그 비용 또한 평범한 시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어야 한다. 아울러 내 가족과 손님들을 편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용<JB금융지주 상무/경영학박사> 

 약력 
▲전북은행 인사부장 ▲전북은행 서울지점장 ▲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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