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살아가는 아빠와 연극인을 응원합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빠와 연극인을 응원합니다
  • 박영준
  • 승인 2018.04.0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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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아빠들의 소꿈놀이' 중 한 장면.
 창작소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아빠들의 소꿉놀이>는 창작극회(대표 박규현)의 158회 정기공연으로 공연됐다.

 이 작품은 2017년 대학로에서 40여 편의 작품이 올라갈 정도로 핫(hot)한 작가 오세혁의 초기작이다. 강한 희극성 뒤에 아이러니한 현실을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가족코믹극으로, 실업문제 등 팍팍한 현실을 고스란히 무대로 옮겨놓아 큰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회사에서 해고당한 40대 남자가 놀이터에서 아내에게 어떻게 말을 전해야할지 혼자 연습을 하고 있다. 그 때, 운명처럼 나타나 선배 실직자의 가이드로 아내와 나머지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는 나름의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준비해나간다.

 물론, 아내들은 남편들보다 한 수 위에 있다. 아내들은 남편의 실직을 눈치채고도 남편에게 상처주지 않고 자존심을 지켜주려는 이해심과 배려로 가족의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이와 같은 주제는 최근 전북지역의 현실과 교차하면서 전혀 남 이야기 같지 않게 다가왔다. GM군산공장,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결정으로 인해 지역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묵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믹이라는 장르를 차용해 무대를 통해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은 우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슬프고 씁쓸하게 다가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놀이터라는 한정된 공간과 뻔한 스토리 구성을 이부열 연출가는 희극성과 비극성을 공존하게 하는 치밀한 계산으로 배우들의 연기력을 부각시켜주는 생기발랄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공간으로 주물렀다. 단조로운 조명과 과잉된 감정연기 등의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한 공연이었다는 생각이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삼국사기」에 이러한 글이 있다. 가야국이 혼란스러워지자 우륵이 가야금을 가지고 신라 진흥왕에게 귀순하였다. 신하들이 건의하기를 ‘가야에서 나라를 망친 음악을 취할 것이 없다’라 하니, 진흥왕이 말하기를 ‘가야왕이 음탕하고 난잡하여 자멸한 것이지 음악에 무슨 죄가 있으랴?’

 지난 시간, 전북 연극계는 그야말로 긴 터널을 지나오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 어둡고 비좁은 터널에서 연극인들은 더 나은 연극계를 꿈꾸며 피가 터지도록 토론했고, 또 어느 순간에는 서로를 다독였다. 물론, 누군가의 가슴에 남겨진 생채기가 아물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묻고 싶다. 연극을 통해 권력을 쥔 자들이 음탕하고 난잡하여 자멸한 것이지 연극에 무슨 죄가 있으랴?

 희망을 잃은 연극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다면, 소극장을 찾아가 연극을 관람하는 것이 응원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다.

 

 글 = 박영준(우진문화재단 제작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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