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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슴의 거리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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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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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가 큰소리로 싸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왜 소리를 지르는가?” 스승이 물었다.

 제자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 제자가 말했다.

 “평정심을 잃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닐까요?”

 또 다른 제자가 말했다.

  “분노에 사로잡혀 이성이 마비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스승이 되물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바로 앞에 있는데 굳이 크게 소리를 질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큰소리로 말해야만 더 잘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말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스승은 다시 물었다.

  “사람들은 왜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가?”

 제자들은 각자 다양한 이유를 내놓았으나 어느 대답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침내 스승이 설명했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소리를 질러야만 멀어진 상대방에게 자기 말이 가닿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날수록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리를 지를수록 상대방은 더 화가 나고, 그럴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스승은 처음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남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면 두 사람의 가슴은 아주 멀어져서 마침내는 서로에게 죽은 가슴이 된다. 죽은 가슴에 아무리 소리쳐도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더 큰소리로 말하게 되는 것이다.” 스승은 이어서 말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랑을 하면 부드럽게 속삭인다. 두 가슴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큰소리로 외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지면 두 가슴의 거리가 사라져서 아무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두 영혼이 완전히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서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말없이도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화를 낼 때와 사랑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스승은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논쟁을 할 때 서로 가슴이 멀어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질러 서로 가슴을 밀어내서는 안 된다. 계속 소리를 지르면 그 거리를 회복할 수 없게 되고, 마침내는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서로에게 화를 낼 때, 특히 연인이나 가족이나 부부 사이에 소리를 지를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화가 나면 마음이 닫혀 버리기 때문에 상대방이 멀게 느껴진다. 그것이 화의 작용이다. 반면에 사랑은 가슴의 문을 열어, 멀리 있는 사람도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그것이 사랑의 작용이다.

  갈등의 10퍼센트는 의견 차이에서 오며, 나머지 90퍼센트는 적절치 못한 목소리와 억양에서 온다는 심리학의 통계가 있다. 목소리의 크기가 옳음의 척도는 아니다. 소리를 지르는 관계는 가슴이 멀어진 관계이다. 그래서 자기 말이 들리게 하려고 더 크게 소리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두 가슴은 더욱 멀어진다. 소리친 다음의 침묵은 가슴이 죽어 버렸음을 알려 주는 신호이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더 자주 소리를 지른다. 낯선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는 경우는 드물다. 더 사랑해야 할 사람에게 더 상처를 주는 것이다. 화가 날 때 이 이야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목소리의 크기는 가슴과 가슴 사이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것을. 그리고 소리의 크기만큼 더 멀어지는 관계가 된다는 것을.

  소리 지를 때 더 고통받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불붙은 석탄을 던지는 사람은 자신부터 화상을 입는다. 내가 사람들에게 화를 내면서 깨닫는 것은 그러한 행동이 나를 주위 세상으로부터 더 고립시킨다는 것이다. 혹시 우리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멀어진 관계 속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고독자는 아닐까.

  이 글은 류시화 시인이 그의 스승 메허 바바가 들려준 우화를 소개한 것을 옮겨 쓴 것임을 밝힌다.

  목소리부터 높이는 사회에 두 가슴 사이를 좁히는 다정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서정환<신아출판사 대표> 

 약력 ▲1994년 ‘문예연구’ 수필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문학상·김우종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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