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이 ‘진정한 여행’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로 지금이 ‘진정한 여행’의 출발점이 되기를
  • 송일섭
  • 승인 2018.03.29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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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전문-

 

이는 터키 출신 나짐 히크메트(1902-1963)가 쓴 시로, 세계 여러나라의 독자들이 애송하는 시다. 우리의 삶을 여행으로 파악한 시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시인은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미완의 세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에서 내일로 가는 길은 나이와 형편에 상관없이 무궁무진하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자신의 능력과 역량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 많다고.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미완의 세계이다. 그래서 오늘이 어제보다 늘 새롭고 희망 넘치는 날이고, 내일은 여전히 설렘으로 기다리는 날 아닌가. 우리가 소월이나 만해 같은 시인을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주옥같은 시들이 나왔겠는가. 노래와 춤으로 이선희나 김연아를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와 춤이 많이 나올 수 있겠는가.

그럼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일까. 나는 자신이 소망하고 꿈꾸는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늘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사느냐고?. 무슨 일이든 장애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재능이 없다거나, 돈이 없다고, 나이가 많다거나 시간이 없다면서 자신과 적당히 타협하는 것을 본다. 그러나 세상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다. 이런 분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시를 낭송할 때마다 몇 사람을 떠올리는데, 그 중의 한 분이 경상남도 거창군 가조면에 사시는 변희우 씨다.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2014년 11월 30일 KBS 1TV의 ‘강연 100℃’라는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다. 당시 그는 거창의 한 고등학교의 1학년, 68세의 늦깎이 학생이었다. 그가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자신의 삶과 꿈에 대해서 강연을 한 것이다.

그는 1963년에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가난한 형편 탓에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늙은 부모를 대신하여 농사를 지었고,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결혼해서는 자녀들의 교육과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데 그의 인생을 걸었다. 자신의 뜻대로 잘 커준 동생들과 자녀들이 고맙고 대견했지만, 그의 못 이룬 꿈은 세월이 갈수록 불쑥불쑥 그의 가슴을 들뜨게 했다. 농사일을 하면서도 그는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늘 가슴에 간직한 꿈을 잃지 않았다. 그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농한기가 되면 문학캠프를 찾아다녔고 틈틈이 글을 쓰기 시작했고, 마침내는 수필가와 소설가로 등단을 했다.

그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왜 늦깎이 고등학생이 되었을까. 가족과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그의 도전은 간절했다. 평소 악기를 배우고 싶었던 그가 그 학교의 학생오케스트라 연주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자신도 저들과 한 단원이 되고 싶었다. 음표 하나 제대로 배운 적 없는 그가 악기연주를 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자퇴를 결심하기도 했지만, 손자뻘 학생들의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구슬땀을 흘리면서 연습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과 좌충우돌하면서 그는 그만의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분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문예창작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그는 이미 소설가와 수필가로 문단에 알려진 명사다. 나는 그분의 삶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간절하게 하고 싶은 것을 늘 잊지 않으면서 도전하는 삶,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 아닐까. 얼마 전에 타계한 스티븐 호킹박사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진정한 여행’이다. 하루하루가 시한부의 삶이었지만 그는 진리를 탐구한 성실한 천체물리학자이자, 장애를 극복한 ‘진정한 여행가’였다.

2018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세 달째다. 각급학교의 학생들은 3월의 새 출발에 즈음하여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성인들도 다시 한 번 돌아볼 때다. 내가 꿈꾸고 소망하는 바를 위하여 멋진 항해를 잘 하고 있는지 살펴볼 때다. 아울러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여행’의 출발점이기를 소망해 본다.


송일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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