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황토’ 자진 해산, 36년 역사 매듭
극단 ‘황토’ 자진 해산, 36년 역사 매듭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3.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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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연극계의 중추적인 위치에서 36년을 이어온 극단 황토레퍼토리컴퍼니가 성폭력과 갑질 논란이라는 치욕적인 멍에를 안고 공중분해 됐다.

 연극계 미투 폭로 사태와 관련 지난 10일 해산을 선언한 것이다.

 전북 연극의 역사이자 산파로 군림해온 극단 황토가 이처럼 공중분해까지 이르게 된 것은 한 개인의 일탈과 이를 묵인·방조해 온 일부 세력들이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김희식 전 황토레퍼토리컴퍼니 대표는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작금에 드러나고 있는 황토레퍼토리컴퍼니의 예술감독인 A교수의 성추행, 성폭력, 갑질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 긴 세월 동안 남몰래 고통을 겪었을 피해자 분들께도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리며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또한 “이미 오래전 황토는 비슷한 사건들로 A교수에게 중징계를 내린 바 있으나 지금 우리는 또다시 그가 제자와 강의 교수를 성추행 했다는 폭로를 비통한 심정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며“시민 배우들의 꿈을 짖밟고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딸 같은 제자들의 영혼을 슬프게 만든 그의 지속적인 성폭력을 막지 못한 극단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이와 관련 “A교수가 황토의 대표와 상임연출을 역임하고 최근까지도 예술감독으로 활동해왔기에, 그의 죄는 온전히 우리의 죄이다”며 “이에 황토레퍼토리컴퍼니는 단원 전체의 통렬한 반성과 함께 2018년 3월 10일자로 단체의 해산을 선언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들의 1차 폭로 이후 그간 황토를 거쳐 간 많은 분들의 의견을 구하는 과정에서 입장표명이 늦어진 점 또한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황토가 전격 해산을 결정함에 따라 올해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으로부터 1,5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선보이려 했던 창단 36주년 기념작품 ‘선녀 이야기’공연도 취소 됐다.

 이로써 지난 1982년 극단 예인으로 출범해 36년의 세월 동안 많은 배우와 연출가를 양성하고 현재까지 그 명성을 이어온 황토라는 이름은 오랜 세월동안 만연됐던 성폭력 사태를 사실상 방조했다는 치욕의 멍에를 안은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황토는 전북 연극계의 큰 어른인 박동화 선생이 타계한 1978년 이후, 암흑기를 걷는 듯 했던 연극계의 흐름 속에 제2의 중흥기를 열었던 극단이다.

 지난 1986년과 1989년 열린 제4회, 제7회 전국연극제에서 각각 ‘물보라’와 ‘오장군의 발톱’이라는 작품으로 두 번의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연극전용극장인 황토예술극장을 운영하는 등 80년대 가장 강력한 연극단체로 활동했다.

 김희식 전 대표는 “황토의 창단에서부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값진 결실도 맺기도 했었는데, 그러한 모든 것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하니 너무도 허탈하다”며 “극단 황토는 사라지지만,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는 전북의 연극과 연극인들을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미 투(Me too)’운동으로 인해 전북 연극계에서는 현재까지 극단 3곳이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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