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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설날 풍경
김종일 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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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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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하다 보니 베트남에서 무술년 설을 맞게 됐다. 며칠 동안 슬쩍 보고 들은 이곳의 설 풍경을 나누어 본다.

 베트남의 설은 ‘뗏’이라 부르는데 ‘새해 첫날 아침’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도 설이 일 년 중 가장 큰 명절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성대하게 치르는 것 같다. 여기도 중국 문화권이다 보니 전통적으로 우리와 마찬가지로 설과 함께 추석이 비슷한 규모의 명절이었는데, 가난한 나라에서 명절을 두 번 치르는 것은 사치라는 호치민의 견해에 따라 추석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설을 더 호사스럽게 보내게 됐다고 한다. 우리는 통상 설 연휴가 3일로 정착 된 지 오래지만, 이곳에서는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직장에서 보름정도의 연휴와 함께 2개월 봉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오랜 관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 기간에 베트남 이직률이 아주 높은데 그 이유는 이 관례를 따르지 않는 직장의 직원들 대다수가 퇴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돈과 시간을 손에 쥔 베트남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명절을 맞이하고자 고향집으로 향한다. 이곳에서도 명절 귀성이 시작되면 과거 우리의 모습과 비슷한 일들이 벌어진다. 콩나물시루 버스나 기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그나마 예매전쟁의 승리자들일 것이다. 베트남의 국토면적은 우리나라보다 넓은데 도로 등 교통 인프라는 많이 부실해서 일가족이 오토바이 한 대에 몸과 선물을 싣고 며칠간의 긴 여정에 오르는 모습을 어렵사리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연휴는 아니지만 실제로 엄마와 아빠 그리고 꼬마들 넷이 함께 탄 오토바이를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또한, 이 시기 베트남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팔려고 진열해 놓은 듯 키 작은 나무들이 자주 보인다. 하얀 매화와 분홍 복숭아 그리고 황금빛 금귤나무라고 하는데, 새해와 함께 새봄이 왔음을 알리는 행운과 풍요의 상징으로 가장 대표적인 설날 선물이라고 한다.

 우리 설날의 백미는 역시 세뱃돈과 떡국일터인데 이곳 베트남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고 한다. 일단 이곳 사람들은 세배는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마도 절이라는 풍습이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배는 안 하지만 세뱃돈은 준다고 한다. 액수에 관계없이 반드시 붉은색 봉투에 담아 주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우리 일행도 일정 중에 두 차례 이런 빨간 봉투를 선물 받았다. 첫 번째 봉투에는 일만 동짜리 지폐(한화 오백 원)가 들어 있었고, 두 번째 봉투에서는 뜻밖에도 50% 할인권이 나오는 행운이 있었다. 세배를 하지 않으니 세뱃돈은 아닌 것이 분명하고 새해를 맞아 서로에게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로 주고받는 붉은 봉투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또 우리의 떡국에 해당하는 음식으로 ‘반쯩’이라는 것이 있다. 직접 먹어 보진 않았지만, 옆자리 현지인들의 식탁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바나나 잎사귀에 햅쌀, 찹쌀, 돼지고기 등을 싸서 만든 음식이라고 한다.

 우리 같은 객지인들 눈에 직접 보이는 표면적인 베트남의 설날은 텅 빈 도시와 바가지 물가다. 베트남을 상징하는 장엄한 오토바이 행렬은 온데간데없다. 한 시간씩 걸리던 길이 십 분이면 족하다. 차도 사람도 없다. 호텔과 대형마트를 제외한 대부분 업소는 휴무다. 택시조차 안 보인다. 운 좋게 택시를 잡아탈 수 있다면 요금의 다섯 배는 감수해야 한단다. 식당도 비슷하다. 우연히 들린 집에서 설 연휴 동안은 단일 메뉴라며 무작정 상을 차려 내온다. 가격도 평소보다 20% 더 받았다. 아예 식당 벽에 설날 가격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곳 베트남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 베트남 전쟁 당시의 흉허물은 과거의 일일 뿐이라며, 털어 낸지 오래라는 현지인의 말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최근 U23 아시아 축구대회에서 준우승한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의 업적도 양국 관계 증진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박 감독의 업적이 베트남에 미친 영향은 지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간의 베트남은 전후에 비록 정치적으로는 통일됐지만 과거 우리와 비슷하게 지역감정을 포함한 여러 가지 면에서 불협화음이 산재한 모래알 같은 나라라는 인상이 짙었다. 과거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이 태극기 아래 우리 국민의 역량을 집결시켜 새로운 발전의 토대가 되었듯이, 베트남 역시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함께 베트남 국민들이 금성홍기 아래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박 감독이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다. 이곳에서 박 감독이 호치민에 버금가는 칭송을 받았다는 뉴스가 턱없이 과장된 것만은 아닌 이유이다. 앞으로 한-베 관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귀국길에 오른다.

 김종일<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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