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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론
이동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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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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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설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적 풍향이 심했던 것 같다. 모처럼 명절을 맞아 정치담론은 피하자고 암묵적으로 제지가 있을지라도, 청장년을 막론하고 몇 순배 이야기가 돌다보면 호불호를 담은 정치담론이 밥상머리에 올라오곤 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처럼 뜨겁게 타올랐던 촛불혁명이 이룬 정권 교체와 적폐 청산의 성과를 미처 다 보여주기도 전에 소위 적폐세력들의 발호는 목불인견(目不忍見), 그 자체였다는 것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나누는 명절 민심의 공통된 화제였다. 석고대죄하거나 소위 ‘뼈를 깎는 반성’의 포즈를 취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오히려 적반하장 새로운 집권세력에 대한 막말논란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 심심찮은 화제꺼리다.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 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한국당 이미지 중 ‘꼰대’ 이미지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낙인찍기를 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왜 나를 꼰대라고 하느냐?”며 그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열을 올렸다고 한다. 이런 발언은 젊은이들 사이에 새삼스럽게 ‘꼰대론’에 불을 붙인 격이 되었다.

 ‘꼰대’가 학생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은어로 노인이나 선생, 아버지 등을 일컫기도 한다. 그러나 꼭 나이가 많다고 해서, 또는 나를 가르치려 드는 훈장 기질을 드러낸다고 해서 ‘꼰대’라고 지칭하지는 않는다. 한글학회에서 펴낸『우리말큰사전』에도 ‘할아버지, 아버지, 선생의 변말’이라고 꼰대를 표제어로 올려두고 있다.

 말이 언중들 사이에서 꼭 사전적 의미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전이 제시하는 의미망을 뛰어넘어 시대성과 상황을 아우를 수 있는 ‘변말’이 횡행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보다 더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는 것이 말의 길이다. 그러므로 ‘꼰대’라는 말이 사전의 뜻이나 학생들이 즐겨 쓰는 은어의 범주를 벗어나 새로운 의미망을 형성하며 무한 질주해 가는 것도 바로 언어의 속성이다.

 대체로 젊은이들로부터 꼰대라고 지칭을 당하는 부류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지만 가장 두드러진 세 가지만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배를 타고 가는 사람이 물에 빠뜨린 물건을 되찾겠다며 뱃머리에 칼집을 내는 격[각주구검(刻舟求劍)]의 행동성향을 지닌 사람은 ‘꼰대’로 불리기 십상이다. 둘째는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다. 사흘 굶은 시어머니 앞에서 먹자타령이나 하는 격으로 사태를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은 ‘꼰대’로 힐난 당하기 딱 알맞다. 셋째는 나이 많은 것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더욱 겸손해지고 더욱 지혜로워져야 하는 세월에서 나이 많은 것을 위세거리로 삼을 때 ‘꼰대’가 되기 싶다.

 그렇다면, ‘꼰대’에서 벗어나는 길은 뻔하다. 위에서 지적한 반대로 행동하면 절대로 꼰대가 되고 싶어도 될 수가 없다. 젊은이 못지않은 탐구심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할아버지, 앉아서 대접받으려 하기보다 솔선수범하는 아버지, 나이 많은 것을 자랑하기보다 더 많이 배우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선생이라면, ‘꼰대’가 되도록 젊은이들이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아버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원로 배우 최불암 씨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참 신선했다. “누구나 가슴에 시 한 편씩은 품고 살아야 한다.” 그러고 보니 ‘꼰대론’의 창시자는 아마도「청춘YOUTH」이라는 시를 쓴 울만(Samuel Ullman.미국.1840~1924.)이 아닌가 한다. 78세의 노년에 이런 시를 쓴 시인을 누가 ‘꼰대’라고 하대할 수 있겠는가!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열정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한 정신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뜻한다/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 나이를 더해 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전체 6연 중 1.2연> ‘꼰대’라고 조롱받지 않으려면, 오늘부터라도 가슴에 시 한 편 담고 살았으면 싶다.

 이동희<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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