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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대한 단상
차상철 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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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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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보는 시험과 관련하여 유명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과거 미국의 어느 학교에 아메리카 원주민 아이들이 전학을 왔다. 시험시간에 백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자기 답안지를 보지 못하도록 책상 가운데에 책가방을 올리고 시험을 볼 준비를 했다. 그런데 아메리카 원주민 아이들은 책상을 돌려 서로 마주보며 둥그렇게 모여 앉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은 “지금 시험을 보는데 뭐하고 있는 거야?”라며 야단을 쳤다. 그러자 아메리카 원주민 아이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다가 “선생님 저희들은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함께 도와가며 해결하라고 배웠어요.”라고 대답했단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시험을 학생들 간 경쟁의 과정이 아니라 협력의 과정으로 본 것이다.

 시험은 평가 철학에 따라 달라진다. ‘시험은 교육과정의 운영과 교수-학습의 피드백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 철학에서는 평가 방법도 교육과정 운영과 수업에 의미 있게 활용하는 데 관심을 두게 된다. 학생 개개인이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확인해서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평가의 주된 목적이다.

 반면에 ‘시험이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공정한 자료를 제공하는 절차’라는 평가 철학에서는 변별력을 확보하여 학생들을 점수와 석차로 일등부터 꼴찌까지 한 줄로 세우는 평가가 중시된다. 이 때, 평가 자료는 학생들의 선발·배치·분류에 활용되거나 학생 성적 기록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므로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평가결과에 예민할 수밖에 없으며, 그럴수록 교사들은 평가의 객관성에 과도하게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학교에서 평가가 객관성과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식이 되면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학습 내용이 많아질 뿐만 아니라, 난도가 높아져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또한 수업에서는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식만이 강조되게 된다. 교육과정과 수업은 도덕성, 태도, 가치관, 감성 같은 영역보다 평가에 유리한 인지적 영역에 치우치게 되고, 지필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것으로 방향이 잡힌다. 현재 입시 과목이 아니라고 해서 예체능 교과가 소외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은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가 지식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오늘날 입시위주 교육체제의 평가방식 때문이다. 결국 평가가 바뀌어야 수업도 바뀌고 학교교육이 바람직한 인간 육성이라는 본래의 모습을 찾게 될 것이다.

 전북교육청은 김승환 교육감 취임 이래 학교에서 수업의 변화와 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해왔고. 그 일환으로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평가의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관행화된 평가 방식이 함께 바뀌지 않는다면 수업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전면 실시되고 있는 성장평가는 학생들을 서열화, 등급화 하지 않고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통해 얼마나 성장하고 변화하였는지를 파악하여 학생의 성장발달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성장평가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이며, 학습의 한 부분으로서 이루어지는 평가이다. 성장평가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확대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대학입학 전형 방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지난 해 많은 논란 속에 결정을 1년 미뤘던 수능 개편안을 교육부에서 3월까지는 다시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던 80년대 학력고사 체제처럼 단순화하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한 주장은 학교교육을 다시 시험 대비 주입식 교육으로 환원하자고 하는 것과 같다.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시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창의성 교육을 요구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주장이다. 수능시험의 방식이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학생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기대한다.

 차상철(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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