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제한능력자란 말인가
지자체가 제한능력자란 말인가
  • 이보원
  • 승인 2017.11.2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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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23일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자치분권 세미나에 다녀왔다. 전국 24개 유력 지역신문 협의체인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지역균형발전협의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세미나다.

세미나 주제가 시대적 과제인 ‘자치분권 개헌’인지라 대신협 회원사 사장단을 비롯, 정순관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 등이 대거 참석해 이날 세미나가 갖는 무게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미나는 자치분권개헌 대주제 아래,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추진전략(발제자 유태범 전 국정기획자문위원), 지방분권개헌 방향과 과제(발제자 이기우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상임의장),자치분권 시대를 견인하는 지역미디어와 지역신문의 역할(발제자 정준희 여론조사집중도조사위원회 전문위원)등 3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필자는 제3세션의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주제발표 내용을 보면서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발전의 디딤돌이 되기는 커녕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을 국가와 지역발전의 한축이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후견인이 필요한 행위제한자 취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지방자치를 규정한 헌법 제117조, 제37조 제2항, 제59조 등 관련 조항은 지방자치를 육성발전시키려는 조항이 아니다. 철저하게 지방의 손발을 묶어 놓은 올가미였다.

먼저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는 자치입법권을 가지고 있지만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인정하고 있다. 국가가 법령으로 자치 사무에 대한 세세한 규정을 하고 있으면 자치입법권을 통한 입법의 여지는 사실상 없다. 법률우위의 원칙 때문에 지자체는 자치주체가 아니라 사실상 중앙정부의 하급 집행기관에 불과한 것이다. 암세포가 퍼지듯 중앙정부의 실패가 지방자치단체에 전이되기도 한다.

헌법 제37조 2항은 법률의 위임이 없으면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자치입법을 할수 없도록 지방의 자치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법률에 의해서 위임을 받지 않는 한 조례로는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에 관한 것을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민법에서 후견인의 동의 없이는 활동할 수 없도록 한 제한능력자 제도와 유사하다.”“헌법이 지자체를 민법에서처럼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 대접을 하고 있다”는 게 이상우 상임의장의 주장이다. 중앙이 법령을 통해 전국적으로 지방에 하달한 획일화 된 정책은 지방 실정에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거나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폐단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과부하로 기능장애에 시달리는 반면에 지방 정부는 수족이 묶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풍을 맞아 신체 기능이 마비된 환자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의회와 자치단체장의 선임방식을 비롯 지자체의 조직과 운영방식 등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 제118조는 자치조직권의 무력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는 지자체의 조직을 일일이 국가가 법률로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매 놓은 것이다.

지자체의 조직법정주의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원천 봉쇄하고 지방이 필요에 따라 조직을 변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한다. 반분권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59조는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자체수입의 확보방안을 헌법과 법률에 의해 봉쇄한다.

지방의 재정적 국가의존은 심화되고 지방의 자기 책임성은 실종된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조달하다보니 절약의 동기는 사라지고 아래로부터 혁신을 통한 효율성의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다른 여건이 동일하다면 지방분권이 많이 된 나라일수록, 직접민주주의가 많이 실시되는 나라일수록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행복지수를 연구한 스위스 경제 학자 브르노 프라이는 지방분권이 국민의 행복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실증적 비교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굳이 프라이의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지방분권 개헌은 국가와 지방의 미래를 위해 이 시대 가장 절박한 국민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보원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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