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알프스 등반 : 인내의 힘
영남 알프스 등반 : 인내의 힘
  • 신지휴
  • 승인 2017.11.27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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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신지휴, 내 삶을 만드는 힘을 만나다] <4>
안개 속에 뒤덮인 영남 알프스 산의 능선, 한중일 대학생 30명이 조심스레 밟을 옮기고 있다.
 ‘제 습관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오랜 습관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 쉽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오랜 습관을 바꾸는 건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실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올바른 나를 만들고자 오랜 습관을 변화시키려 첫 발을 내딛었던 소중한 경험이 있습니다.

 올 여름, 영남 알프스 산맥에서 한·중·일 대학생 30명과 8일 간의 등반 경험과 그 이후의 행동변화이지요. 이를 통해 배운 습관의 한계와 극복 방안에 대한 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높은 산들이 모인 산맥 대부분은 길이 험합니다. 해발 1,200m, 뿌연 안개와 사람을 날려버릴 만큼의 강풍, 발 디딜 틈조차 보이지 않는 절벽을 밟으며 낭떠러지와 마주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초행 길이였던 저에겐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했고, 오랜 학습의 결과이기도 했으니까요. 산에서 느꼈던 ‘긴장감’에 주목을 해보겠습니다. 낭떠러지를 옆으로 한 산의 능선, 두 발에 의존해서 걸었을 때 느꼈던 긴장감은 높은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닙니다. 일상에서도 긴장감을 느낄 기회가 참 많지요. 예를 들어, 누군가의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면접을 보러 갈 때가 그렇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선 몸이 움츠러드는 건 당연한 현상이니까요. 하지만 제 일과 감정은 별개입니다. 그래서 저는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참 많이 노력했습니다. 등반 후에는 그에 걸 맞는 습관을 만들었지요.
 

 #1. 섣부른 생각으로는 습관의 덫에 빠질 수도 있었습니다.

 습관을 만든 지 2달 후 저는 ‘습관의 덫’에 빠져버렸습니다. 올바른 나로 변화했다고 느꼈지만 실제로는 변하는 과정이었지요. 아침에는 이불을 개고, 계획을 짜고, 명상을 하고, 저녁에는 가계부와 일기를 썼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제 삶의 균형을 잡아가다 보면 심적 안정감이 들었고, 잘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 즉, 습관을 통해 제가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을 거라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안정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면접 자리는 긴장되었고, 긴장감은 제 말과 행동을 지배했습니다. 작은 걸림돌에도 큰 잘못을 한 것처럼 휘청거리는 제 모습을 보았지요. 변했다는 건 섣부른 생각이었습니다.
 

 #2. 올바른 나를 만들기 위한 습관은 정성스런 인내로부터 나온다고 믿습니다.

 ‘그러면 습관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올 여름, 저는 올바른 나를 만들고자 산으로 향했습니다. 7박 8일간의 산행 중엔 감정, 태도, 동작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습니다. 배움의 열망이 컸지요. 그래서 산행하는 법 또한 귀 담아 들었고, 눈으로 보았고, 행동을 익혔습니다. 그런데 7일간 산을 정성스레 배웠다고 해서 8일차 때 긴장을 풀었다면 저는 산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하나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는 습관의 한계에 부딪힌 것입니다. 하지만 함께 산을 오르던 43년 경력의 산악인은 달랐습니다. 생사를 가로 지을 만큼의 날카로운 산의 능선 위, 굵은 빗줄기 속의 산행에서도 그의 발걸음만큼은 가벼워 보였습니다. 저와는 달리 전혀 긴장돼 보이지 않았지요. 산을 다녀온 후 한참이 지나 지면으로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내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 온전히 올바른 나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정성스런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7일간 산행을 배웠다고 하여 제가 산악인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올바른 나’도 단번에 만들어지진 않을 겁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나를 만들어가겠지요. 제 삶의 정상 또한 오르기까지의 과정 : ‘나를 감싸는 바람, 온기, 얼굴 위로 떨어지는 잎에 맺힌 물, 흙과 잎을 밟아 부스럭거리는 소리, 내 고동의 떨림…’을 겸허히 받으렵니다.

 저는 이제 27살입니다.
 

 / 글 = 청년 모험가 신지휴

※청년 모험가 신지휴씨의 글은 격주 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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