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혁용 개인전 ‘자연으로의 환원’
엄혁용 개인전 ‘자연으로의 환원’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11.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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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혁용(전북대 미술학과장) 조각가와 나무의 인연은 어릴 적 매일 바라보던 마당의 느티나무에서 시작됐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그렇게 소년에게 책을 선물했고, 소년은 나무를 사랑했다. 새로운 집이 들어서고 자취를 감추게된 느티나무를 그리워했던 소년은 조각가를 꿈꾸었다. 그렇게 몸을 내던진 뒤 세상의 그늘이 되어 줄, 절대 죽지 않을 마음 속의 나무를 조각하기 시작했다.

 엄혁용 조각가가 펼치는 스물 일곱 번째 개인전에서는 끈질긴 나무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낄 수 있다.

 16일부터 29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 펼쳐낸 작은 무대에서 조각가는 나무를 통해 배울 수 있었던 세상사 모든 이야기를 토해낸다.

 사실, 엄혁용이라는 이름은 열정으로 통한다.

 지난 1992년 서울 63갤러리에서 열었던 첫번째 개인전을 시작으로 2년에 한 번씩은 꼭 개인전을 열었던 고집과 집념을 보면 그러한데, 철 작업부터 설치, 도자, 나무까지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해보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꽤나 맘에 드는 물성의 재료를 만난 듯, 조각가의 작업량은 폭발했다.

 2011년부터 ‘직지(直指)’를 테마로 삼으며 나무를 매만지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나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엄혁용만의 유쾌한 스타일로 나무로 깎고, 다듬고, 색을 입혀 형상화한 ‘책나무’를 통해 대중과 진한 스킨십을 나누었다.

 그렇게 고목과 함께 7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생각은 많아졌고 짙어졌다.

 어느 순간, 그 생각들이 조각가의 가슴에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불현듯 책은 나무이고, 나무는 종이이고, 종이는 자연이고, 자연은 책이고, 나무는 자연이니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내 병들고 썩은 나무만을 수집하고 찾아다니면서 소통의 영역을 확장해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자연으로 환원’. 조각가는 이번 전시의 매듭은 다른 방식으로 지어볼 생각이다. 전시가 끝나고 난뒤, 적당한 공간을 찾게 된다면 나무가 무너져내리고 썩어가는 과정까지를 하나의 가테고리 안에 담고 싶단다. 늘 꿈꾸는 조각가에게 끝은 곧 또 다른 시작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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