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의 도시, 전북의 비상을 꿈꾸다
무형문화의 도시, 전북의 비상을 꿈꾸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11.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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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을 전북 보고로 만들자] <10>
 무형문화유산은 수천 년 역사를 내려오면서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변화되어 왔다. 무형문화유산과 관련된 지식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고리이자 뜨거운 문화운동의 현장이었으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현재는 과거의 얼굴이고, 미래는 현재의 얼굴이다. 무형문화유산을 과거로부터 전승된 무형유산 뿐 아니라 현재의 문화현상까지도 포함해 폭넓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대화의 흐름 속에 이제는 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전승해나가는 일을 보유한 개인과 단체의 몫으로만 남겨두어서는 안된다. 지구 반대편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무형문화유산의 가치, 그 핵심은 바로 공동체의 힘에 있었다. <편집자주> 
 멕시코는 혁명 이후 고대 원주민 문명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이뤄내기 시작했다. 

 원주민 문화는 멕시코 민족의 근원이라는 인식이 확립됐고 이를 굳건히 지켜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동시에 멕시코 문화는 원주민 문화와 스페인 문화가 혼용돼 탄생한 다이나믹한 모습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취재 기간 방문한 지역마다 색깔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멕시코 시티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베라크르주, 서쪽으로 과달라하라, 남쪽으로 오악사카에서 만난 무형문화유산들은 멕시코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디자인하는데 큰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이는 서구 유럽 중심적 사고 방식의 틀을 벗어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창조하고 있는 인디언과 멕시코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멕시코인들은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것을 매우 소중한 일로 생각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했다. 각 지역마다 고유한 민속 음악과 무용이 전해 내려오면서 지방색이 뚜렷한 축제들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는 모습이 이를 뒷받침했다. 

안동시는 800년 동안 지속돼온 하회별신굿탈놀이를 활용해 국제탈춤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문화도시로 발전해오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마을별로 특색을 살려 영신행차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데, 이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과정과 민속놀이 경연을 통해 마을에 대한 공동체의식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무형유산을 전북의 보고로 삼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

 한국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되고 종목별 기·예능보유자가 지정되기 시작한 이래 인적 전승체계의 보존 방식을 중심으로 무형문화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로 인해 일제강점기 이후 단절됐던 전통문화를 복원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으나, 반세기가 넘도록 지속되어 오면서 전통문화의 건전한 전승이 왜곡되거나 박제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선택된 소수자들만을 위한 전승체계의 지원에서 벗어나 문화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해나가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무형문화유산관련 정책 또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을 반영해 대대적으로 전환된 점을 기억해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존 문화재보호법이 원형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난해부터 시행된 무형문화재의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원형 유지를 기본 원칙으로 삼아 조금 더 창의적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관련 정책을 만들어내고 요구하는 일들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에는 예능과 기능 등 2개 분야로 한정됐던 무형문화재의 지정범위도 한의학, 농경어로 등에 관한 전통지식, 구전 전통 및 표현, 의식주 등 전통적 생활관습, 민간신앙 등 사회적 의식, 전통적 놀이, 축제 및 기예, 무예 등 7개 분야로 확대됐다. 

 전주가 무형문화의 수도로서, 더 나아가 전북이 한국을 대표할 전통문화의 메카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세계의 동향과 정부의 정책변화에 타 지역보다 앞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전라북도는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형문화유산만을 특화한 형태의 기관인 국립무형유산원을 비롯해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가 있으며, 전북대학교 무형문화연구소는 국내 학술단체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인가 NGO(비정부기구)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7일과 28일에는 세계적인 무형유산 전문가와 정책기관 관계자, 관련NGO 활동가들이 전주에 모여 포럼을 갖고 “무형문화유산이 도시의 미래자산”이라는 전주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무형유산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전주에서 모여 이와 같은 중지를 모은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더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전라북도무형문화재연합회가 출범했다. 전국 최다 무형문화재 보유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전라북도에 변화의 물꼬가 트인 셈이다. 

올 한해 전북에서는 무형문화유산과 관련해 각계각층에서 다방면의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는 것은 호재다. 향후 이와 같은 기구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무형문화유산의 생태계를 확장해 나간다면 지역 내 무형문화유산의 기능과 의미, 전승의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이슈들이 파생되어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무형문화유산을 향유하고 일상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요자 계층을 고려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관련 정책을 만들어내야한다. 무형문화유산을 이해관계자들끼리의 소유물로 전락시키기 보다는 일상 속에서 사회교육을 통해 무형문화유산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무형문화유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아날로그식 방식에만 머물러서도 안된다는 지적이다. 급변하는 현대문명의 이기 속에 무형문화유산의 파괴나 훼손에 대비해 미래에 복원하기 위한 디지털 문화유산 기술에도 전북도 차원의 남다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함한희 전북대 교수는 무형유산의 수도로서 전북이 자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행 무형문화재 제도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제도 중 어느 것이 좋다고 판단하기 보다는 투 트랙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뛰어난 개인 기량이 아닌 공동체 중심의 무형유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네스코 분류법에 따른 인벤토리(상세목록화)를 구성하고 가치있게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유럽의 경우 많은 NGO들이 발달되어 있는데 정부간위원회 그룹으로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무형문화유산과 관련된 다양한 NGO와 컨설팅 기구, 전문인력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와 자지단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完> 김미진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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