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의 유래
홍차의 유래
  • 이창숙
  • 승인 2017.10.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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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15>
 차 수입과 소비측면에서 보면 영국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후발주자이다. 하지만 그들만의 홍차문화를 만들어 홍차의 제국이 되었다. 동양의 신비한 차는 서양의 사교적인 음료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왔으며, 세계의 3대 음료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동양의 차가 서양에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때는 16세기 초 항해의 시대가 열리고 포르투갈, 네덜란드가 해양무역에 앞장서게 되면서이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는 영국보다 먼저 차 시장에 뛰어 들었다.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선교사들은 그들의 나라에 일본의 차 문화를 소개한다. 이들은 차를 풍미가 좋은 약초를 달인 물로 표현했으며, “약초에서 추출한 액체를 마시면 두통이 없어지고 눈병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피로를 없애주고 장수에도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특히 “일본의 영주들은 이 맛없는 음료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 손님들에게 정성과 호의를 표하며 직접 만들어 대접한다. 사용하는 그릇도 특별하게 여긴다.”는 내용을 당국에 보고(1565)했다. 아마도 다도(茶道)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것 같다. 포르투갈인들은 차 무역보다는 포교에 관심이 더 컸으며, 네덜란드는 수십 년간 포르투갈의 중개무역을 도맡아왔다. 인도네시아 자바와 일본 히라도에 기지를 두고 동양의 나라들과 무역을 시작했다. 동인도 회사를 설립(1602)하여 본국과 서방의 다른 나라에 차를 수출했다. 이 당시 수입된 차는 주로 녹차였으며 영국으로 재수출하였다. 초기에는 보관상태가 좋지 않아 곰팡이가 핀 차를 마셔야했다. 이러한 차를 “맛없고 구역질나는 음료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의사 니콜라스 딜크스(네덜란드, 1593~1674)는 무엇보다도 “차와 비교 될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든 병에서 벗어날 수 있고 육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졸음을 막아주며 철야로 집필하거나 사색에 도움을 준다.”고 극찬했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네덜란드에서는 더 이상 확대 되지 않았다. 18세기 초(1715년) 동인도 회사에서 본국으로 차를 매입한 양은 대략 6~7만 파운드, 그 중 중국산 보헤아(Bohea)는 1만 2~4천 파운드이고, 나머지는 모두 녹차였다. 초기에 마신 차는 주로 녹차였으며 18세기 말부터 홍차소비가 증가했다. 영국이 차 수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서이다. 사실 1730년까지도 홍차라는 이름은 없었다. 중국 우이산(武夷山) 지역에서 생산된 우롱차가 전해진 것으로 ‘우이’를 ‘보우히’혹은 ‘보헤아(Bohea)’라고 불렀다. 이것이 홍차의 시초가 된다. 후에 상인들은 찻잎을 크기와 색, 향기, 맛에 따라 명칭을 분류하여 가격을 다르게 정하기 시작했다. 만들어진 찻잎의 색이 흑색에 가까운 것은 블랙티(black tea)라고 했다. 동양에서는 우려진 찻물의 색을 보고 홍차(紅茶)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동양의 차와 다기들이 서양에 소개되면서 차를 마시는 방법 또한 그들의 관심거리였다. 귀족부인들 사이에 차를 마시는 예절이 따로 있었다. 그중 네덜란드식 예절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 차를 잔에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잔 받침에 따라 마셨다. 아마도 손잡이가 없는 작고 뜨거운 중국식 잔을 다루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또한 중국의 찻잔은 작고 차를 우리는 다관도 있어야했으니 그들의 신체조건과 취향에 맞게 마셨던 것이다. 쓴 녹차에는 설탕과 밀크를 넣어 마셨는데, 잔에 설탕을 많이 넣어 스푼이 바로 설 정도가 되면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오랜 생활을 한 메리 2세(1662~1694) 역시 차 마시는 예절을 영국에 전하였는데 그녀의 취향은 화려한 것 보다는 푸른색의 동양자기와 접시에 차를 따라 마셨다. 이렇듯 기호품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가장 잘 반영한다. 형식은 편리함과도 같다. 조금은 카페인의 힘을 빌려야하는 우리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은 하루의 무게를 덜어준다. 차를 준비하고 마시는 시간을 따로 갖기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리 녹녹한 편은 아니다. 차에는 카페인과 몸에 좋은 생리활성 물질이 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간단한 식사와 함께 따뜻한 차 한 잔을 곁들여보자. 취향에 따라 밀크를 넣어 마셔도 좋을 듯싶다.

 / 글 = 이창숙 문화살림연구원 원장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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