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호 시집 ‘초승달 한 꼭지’
소재호 시집 ‘초승달 한 꼭지’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7.10.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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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호 시집 ‘초승달 한 꼭지’

 “나는 하루 종일, 거미줄처럼 엉킨/ 땅 속 서울 지하철을 타고/ 표때기 지정한 만큼 꼼지락거렸는데,// 폐가의 거미 한 마리는 종일 자유롭게/ 처마 끝에서 달빛까지 이어지는 천상에서/ 지하철처럼 엉킨 거미줄을 출렁거렸다.”- 소재호 시 ‘지하철과 거미줄’ 전문 중에서.

 이번 문단에 나온 시집 ‘초승달 한 꼭지’(인간과문학사·10,000원)는 자연 환경에 빗대어 인간의 습성과 생리를 탐구해 간 시어들이 알맹이처럼 여물어 있다.

 시집을 짓게 된 소재호 시인은 그동안의 문단 경력과 연륜을 응축해서 고목 나무의 나이테처럼 삶과 인생을 노래했다.

 시인은 인간들에게 있어 세상 속의 소멸을, 순리에 따른 이치로 풀어낸다.

 삶을 영위해 나갈수록 고통이 수반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지사.

 세상의 즐거움과 슬픔, 괴로움까지도 시인은 시로 말해야 하는 것도 당연지사다.

 시인은 결코 고통을 외면하거나 슬픔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 자신은 끊임없이 자아를 탐구하며, 시시때때로 찾아 드는 외로움의 순간도 성찰과 반성으로 직면한다.

 “하늘 호수를/ 물수제비가 뜬다// 첨 첨 첨……// 파란만장을 건너가는/ 한 꼭지 사금파리 인생// 가다가 가다가/ 먼동을 꿈꾸며/ 수많은 원의 파동으로/ 저문다”- 시 ‘초승달 한 꼭지’전문.

 이렇듯 시 속에 묻어나는 감성도 시인 특유의 문체를 통해, 고독한 현대인을 어루만지는 하나의 시 문학으로 또 다르게 승화한다.

 복효근 시인(송동중학교 국어 교사)은 “소재호 시인의 시에서는 우주만물의 이치를 갈파하고 소멸을 노래하고 있다”며, “그러나 선승처럼 달관하여 염화미소를 그려내고 있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오히여 복 시인은 소재호 시인의 시가 “자아와 대상세계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모습이다”라면서, “이 세상 모든 고통과 질곡을 회피하거나 건너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 소재호
 소재호 시인은 완산고등학교장, 전북문협 회장, 석정문학 회장, 석정문학관장, 원광문인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1984년 현대시학에서 추천 완료(구상 시인 추천)를 받았다.

 아울러, 표현문학 회장을 비롯해 전북대 입학사정관, 원광대 입학사정관, 전북 문진금 심사위원장, 충남문학상 심사위원장, 전북문학상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신석정문학상 운영위원장과 한국문협 문인 권익 옹호위원, 한국 광복회 대의원(전북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시집으로는 ‘이명의 갈대’, ‘용머리고개 대장간에는’, ‘거미의 악보’, ‘어둠을 감아내는 우레’, ‘압록강을 건너는 나비’, ‘초승달 한 꼭지’ 등이 있으며, 주요 수상 경력은 녹색 시인상, 묵정문학상, 성호문학상 등이 있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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