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 길재단 이길여 회장
가천 길재단 이길여 회장
  • 정준모 기자
  • 승인 2017.10.09 14:1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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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계와 의료계의 살아있는 전설
나라를 잃을 슬픔에 식량이 부족해 끼니를 걱정해야하고 남존여비(男尊女卑)사상이 뿌리 깊었던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군산시 대야면 보잘것 없는 농촌 마을에 사는 한 초등학생 소녀가 나중에 커서 병든 사람을 치료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야기 한다.

모든게 척박했던 시절인지라 한낱 신기루같은 소리로 여길뿐 어느 누구도 그 소녀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기적은 꿈을 가진 자의 것’이라 했던가.

훗날 그 소녀는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특유의 도전정신과 근검 절약, 부지런함으로 국내 굴지의 병원과 의과대학을 세우고 언론사와 대학을 인수해 정상 반열에 올려놓는다. 이어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공익재단을 설립한다. 바로 한국 교육계와 의료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추앙받는 가천 길재단 이길여(85) 회장이다.

작금의 군산은 경제적으로나 모든 분야에서 어려움에 직면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산이 배출한 세계적 의료인이자 여성지도자인 이길여 회장의 불굴의 의지와 열정, 박애·봉사·애국 정신을 재조명함으로써 ‘리빌딩 군산’에 필요한 지표가 됐으면 한다.

 ●뜨거운 애향심

 이길여 회장의 군산과 전북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하해(河海)로 평가해도 젼혀 부족함이 없다.

 1932년 대야면에서 태어나 대야초교를 졸업한 이길여 회장(21회 졸업)은 혈혈단신 상경, 의료·교육·봉사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지도자로 활동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면서도 모교와 고향 발전에 지속적인 관심과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말 그대로 시골 초등학교에 불과한 대야초가 한국 여자 탁구의 메카로 자리매김한데는 이 회장의 전폭적인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1995년부터 매월 수백만원씩을 지원했고 2002년에는 탁구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용훈련장(승리관)을 지어줬다. 이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세련된 교문과 다양한 실험기자재를 갖춘 과학실이 들어섰다.

2000년부터 해마다 6학년 학생들을 초청해 수도권의 발전된 문화를 접할 기회를 주고 있다. 2005년을 시작으로 매년 졸업생에게 ‘박애·봉사·애국 상’을 수여하면서 장학금을 희사하고 있다.

이 회장의 모교 사랑 압권은 지난 2014년 사재를 털어 건립·기증한 ‘가천이길여 도서관’. 국내 어느 초등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지상 2층·지하 1층 규모로 최고·최대 수준을 자랑하는 도서관은 후학들의 면학과 지역 주민들의 독서, 문화, 여가활동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춰 인재양성과 지역화합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농번기 등 바쁜 농사철에 어린 학생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마련한 2층 돌봄실은 농촌 환경을 너무도 잘 알아 세심한 구석까지 신경 쓴 이 회장의 따뜻한 인간미가 물씬 배어 있다.

이 회장은 또 미래 화가를 꿈꾸는 전북 지역 유·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가천(이길여) 그림그리기 대회’를 통해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올해 세번째로 오는 14일 ‘군산 은파호수공원 물빛다리광장’ 일원에서 개최될 이 대회는 참가 학생들에게 전북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소중함을 일깨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길여 회장의 ‘애향’과 ‘인간사랑’은 각박한 세태에 귀감으로 영원히 기억될만 하다.

지난 2004년부터 전북도민일보와 가천의과대학 길병원이 공동으로 ‘새 생명 찾아주기 운동’을 펼쳐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고 있다.

이 운동은 지역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무료 검진, 취약계층 심장병 환자들에게 새 새명을 불어넣어 주는 공익사업이다.

 국내 최고 권위의 의료진과 장비를 파견, 시·군을 순회하며 신장질환 및 심장병 등 난치병 환자들에게 무료 진료봉사활동을 펼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엄청난 치료비를 감당 못해 수술을 포기해야했던 난치병 환자들이 무료 수술을 받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의료·교육·사회문화·언론을 이끌고 있지만 마음만은 항상 고향을 향해 있다.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 쓰느라 자주 내려가 보지는 못하지만 내려갈 때마다 어린 시절을 보내던 고향을 생각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곤 한다”는 이길여 회장, 그는 분명 자랑스런 군산인이다.
 

 ●바람개비

 바람개비는 맞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지 않는다. 어떤 역경과 고난이 닥쳐도 정면으로 도전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이길여 회장의 인생관이다. 환자와 학생, 이웃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이 회장의 삶 그 자체다.

 의사로 명성을 얻고 뒤늦게 찾아온 미국 유학길, 선진 의학을 배우고 엘리트 코스를 걸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귀국을 선택했던 이길여 회장.

 못 먹고 못 살던 조국의 현실을 외면하지 못했던 그는 자신의 꿈과 함께 지난 50여 년 동안 환자에 미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고, 후학들을 양성하는데 한평생을 바친 것.

 환자들을 위해 24시간 문을 열어뒀고 돈이 없어 병원 진료를 못 받는 사람이 없도록 ‘보증금 없는 병원’이라고 간판을 내걸었다.

이 회장은 ‘경영의 성공’과 ‘사회 봉사’라는 신화를 일군 장본인이다. 24평짜리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병원은 의료진이 5천여명에 달하는 인천 지역 최대의 병원이 됐다.

1천억여원의 사재를 출연해 지은 3대 연구소(이길여 암·당뇨 연구소, 뇌과학연구소, 바이오나노연구원) 역시 인천을 넘어 세계적인 연구소로 우뚝섰다. 전국 10대 사학으로 도약한 가천대학교를 탄생시켰다.

이길여 회장 이름앞에는 ‘최고’와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국내 최초의 보증금 없는 병원, 국내 최초 진료 카드 시스템 도입, 아시아 최초 방사선 암치료기 도입, 국내 최초 응급의료 전용헬기 도입 등 이 회장은 자신의 분야에서 언제나 선구자였다.

그렇다고 마냥 순탄한 길을 걸은 이 회장이 아니다. 이 회장은 “그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역경을 견뎌야 했고, 수많은 좌절을 이겨내야 했다”고 술회한다. 그럴때마다 바람개비를 들고 소꿉친구들과 산야를 내달리던 어린시절을 떠올리고 용기를 잃지 않았다고 했다.

“바람개비처럼 맞바람을 즐기며, 나의 길을 내달리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바람이 세면 셀수록 더욱 힘차게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럼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굴하지 않는 줄기찬 응전으로 바람을 이겨냈습니다.”

오늘도 이길여 회장의 가슴속에는 바람개비가 세차게 돌고 있다.
 

 ●이길여 회장이 걸어온길

1957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65 美 Mary Immaculate Hospital 인턴 수료. 1968년美 Queen’s Hospital Center 레지던트 수료. 1977년 일본대학교 의학부 의학박사, 2003년 단국대학교 명예교육학 박사, 2008년 카이스트 명예 이학박사

현재가천대학교 총장, 가천길재단 회장, 재단법인 가천문화재단 이사장, 경인일보사 회장, 사회복지법인 새 생명 찾아주기운동본부 이사장, 사단법인 가천미추홀청소년봉사단 총재, 국립대학 법인 서울대 이사.

▲국민훈장 목련장 수훈(1985년) ▲제29회 용신봉사상 수상(1993년) ▲제2회 자랑스런 전북인대상 수상(1997년) ▲서울대 총동창회 제5회 관악대상 수상(200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훈(2003년)▲제13회 자랑스런 서울대인상(2003년) ▲서울대총동창회 ‘유공(有功)동문상’ 수상(2006년) ▲2006 대한민국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 상’(2006) ▲제8회 함춘대상 사회공헌부문 대상 (2007년) ▲`2007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2007년) ▲과학기술훈장 창조장(1등급) (2009년) ▲몽골 최고 훈장-‘훙테트 템데그 의료훈장’(2009년) ▲제3회 성산효행대상 (2009년) ▲제12회 효령상 사회봉사부문 대상(2009년) ▲제1회 인천사랑대상 (2010년) ▲여성신문사 ‘올해의 인물상’(2011년) ▲한국과학기자협회, 우남 과학진흥상(2011년) ▲뉴스위크 ‘2012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 선정(2012년) ▲인촌상 ‘공공봉사부문’ 수상(2012년) ▲하와이한인회 주최 ‘하와이 이민 110주년 기념식’ 공로패 (2013년) ▲포브스(Forbes) ‘아시아 기부 영웅 48인’ 선정(2013년) ▲대한적십자사 박애장 금장 수상(2015년) ▲키르기스스탄 아뜰리치니크 즈드리바 아흐라네니야 최고 의료훈장(2015년) 수상.

군산=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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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2017-10-10 01:54:13
인간의 장기가 이식되면 장기 제공자의 수명과 상관없이 독립적인 생명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하나의 주체에 의해서 통제되는 단일생명체인가 아니면 여러 생명체가 함께 사는 연합생명체인가?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우주와 생명을 새롭게 설명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노벨 물리학상 후보에 오른 과학자들(김정욱, 김진의, 임지순, 김필립)도 이 책에 반론을 못한다. 그 이유가 궁금하면 그들에게 물어보거나 이 책을 보라! 이 책은 과학으로 철학을 증명하고 철학으로 과학을 완성한 통일장이론서다.
ㅇㄹㅇㄹ 2017-10-09 17:49:15
전북에서 사루 이분의 기념관을 지어야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