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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던지는 의미
최낙관 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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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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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 문구는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그리고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명시함과 동시에 이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는 여전히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며 살아가는 다수의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자가 있다. 문제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상당수가 국가가 정해놓은 ‘부양의무의 덫’에 걸려 생존을 위한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 민법 제974조는 직계 혈족 및 배우자, 생계를 같이하는 그 밖의 친족사이에 부양 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이러한 의무를 지고 있는 사람을 ‘부양의무자’라고 부른다. 이는 헌법 10조의 국가의무가 ‘부양의무자’로 전가될 수 있도록 부모봉양을 법적 의무로 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법적 토대 위에서 공적 부조 대상자인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소득과 자산조사 이외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엄격한 ‘선별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이처럼 수급자 지위획득을 위한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다수 수급탈락자가 결과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운명처럼 빈곤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5년 기준으로 소득과 재산은 수급자 선정기준을 충족했지만, 부양능력이 있는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가 될 수 없었던 약 93만 명의 빈곤층이 복지 사각지대에 남겨지는 사회보장 체계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빈곤의 책임과 부양의 의무를 일정부분 가족에게 전가하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일찍이 복지전문가를 중심으로 부양의무자 폐지요구는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이제 때가 되었다. 중요한 변화가 문재인정부에서 시작되고 있다. 최근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국민최저선’ 보장을 공고히 하겠다는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20년)’을 발표했다. 본 계획은 사각지대 해소, 보장수준 강화, 빈곤 탈출 지원, 빈곤 예방, 제도의 지속가능성 제고 등을 담고 있어 새 정부 ‘포용적 복지’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기초생활을 위한 종합계획이 차질 없이 시행될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는 2017년 163만 명에서 2020년 252만 명으로 늘어나며 아울러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던 비수급 빈곤층은 93만 명에서 2020년 최대 33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직접적으로 수급권을 위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동반함과 동시에 향후 복지 사각지대를 근본적으로 축소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러한 정책효과는 인구대비 수급자의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한 수급탈락자가 늘어나는 전라북도의 경우, 그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측된다.

 사회복지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헌법상 권리와 그 맥을 함께하고 있다. 그 때문에 국가에 의한 공공부조의 혜택을 누리는 저소득층의 경우, 부양의무자의 존재여부와 상관없이 최소한 최저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복지를 확대함에 있어 부정수급 등 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격 있는 빈자’에 대한 실천적인 접근이 우선시되는 것이다. 국가의 존재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호 그리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 데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부양의무자 폐지’라는 복지실험이 정책성공으로 기록되길 기대해 본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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