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사용 급증, 노후아파트 정전 무방비
전력사용 급증, 노후아파트 정전 무방비
  • 김기주·문선호 기자
  • 승인 2017.08.0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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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아파트, 전력 사용 급증시 정전 발생으로 대응책 절실
 “집들이하려고 친구들 불렀는데….”

 전주시 송천동 한 아파트.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임모(31) 씨는 신혼여행을 다녀와 ‘집들이’를 하려고 친구들을 불렀다. 아내의 음식 솜씨를 뽐내며 성의껏 준비한 음식을 친구들에게 내오던 찰나. 갑자기 정전이 돼 집이 암흑으로 뒤 덮혔다.

 보이지도 않는 집에서 손가락 감각을 통해 찾은 손전등으로 누전차단기(두꺼비집)를 만져보던 중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정전방송이 흘러나왔다.

 열심히 장만했던 음식들은 뒤로한 채 정전이 끝나길 기다리며 어쩔 수 없이 인근 카페로 향해야만 했다.

 관리실에 문의한 결과 아파트 측은 전력 급증으로 변압기가 과부하에 걸려 정전사태가 일어났다고 답할 뿐이었다. 진전이 없자 이들은 주차된 차량으로 들어가 에어컨을 틀고 더위를 피해야만 했다.

 이처럼 여름철 전력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전주지역 아파트 구내에 배치된 변압기 등의 노후로 정전 사고가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올해 들어 전북지역에서 정전 사태는 3차례 발생했다. 이어 도내 20년 이상 된 노후 공동주택이 모두 46단지에 달하지만, 행정 당국은 “전기나 설비 등은 해당 위탁관리 업체에서 담당할 부분”이라며 시민들의 불편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아파트 변압기·차단기 수리비용 등은 주민들의 관리비로 운영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개입이 어렵다는 이유다. 대부분 아파트 단지는 자발적으로 위탁관리업체를 선정, 이용하지만 일부 노후화된 아파트는 관리비 부족을 탓으로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정전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관계자는 “관리가 엘리베이터 등 우선순위로 배정돼 전력 변압기 등은 후순위에 놓였다”며 “관리비가 한정된 탓으로 수변재실 등 정전 예방 시설을 설치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전력 전북지사는 최근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 고압아파트 수전용 변압기 과부하로 정전이 발생해 대응책으로 수전설비에 대한 점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냉방설비 및 대용량 가전제품의 보급증가로 아파트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아파트 정전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전기 점검을 철저히 받고 아파트 단지에 맞는 적정용량의 변압기 교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내에서 고압 수전을 받고 있는 전주시내 아파트는 총 544개소다. 이 중 20년 이상 아파트는 326개소로 노후 변압기 교체 및 증설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전력수요증가에 맞춰 변압기 교체 및 증설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후아파트에서는 제2, 제3의 정전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김기주·문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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