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당 후사의 마음 하나로 출마의 깃발을 들었다”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자신의 출마 이유에 대해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12일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 갖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전 대표는 “제가 다음 대선에 나서는 것을 우선 생각했다면 물러나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며 “하지만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100여 일간의 괴로운 성찰의 시간은 물러나 있는 것만으로 책임질 수 있는 처지가 못 됨을 깨우쳐줬다”며 “국민의 민생을 위해, 안보를 위해 우리 국민의당은 단단히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절망과 체념이 당을 휩싸고 있다”며 “국민의 당이 무너지면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 차기 당 대표 출마 선언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성엽 의원과 조배숙·김종회 의원 등 국민의당 소속 12명의 국회의원은 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안철수 전 대표의 차기 당대표 출마는 정당정치에 있어 책임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대선에 패배하고, 신뢰의 위기에 빠져 있는 국민의당이 필요로 하는 것은 현재의 유지가 아닌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 등은 “전투에서는 질 수 있지만 전쟁에서는 지면 안 된다는 말은 국가를 경영할 때만 쓰이는 격언이 아니라 정당의 경영에도 지켜져야 할 철칙”이라며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와 증거 조작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의원은 “대선 패배, 증거 조작에 직간접 관계가 있는 분들은 책임지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안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는 혁신위원회 등의 활동을 사실상 중단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안 전 대표가 국민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겠다고 고개를 숙인 것이 불과 보름 전이었다”며 “성급하고 초조한 마음에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숱한 정치인들의 전철을 안 전 대표가 밟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서울=전형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