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감 넘치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박진감 넘치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 남형진 기자
  • 승인 2017.06.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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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대27’이라는 점수를 언뜻 보면 핸드볼 경기 결과 같지만 2017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경기에서 나온 스코어다.

지난 26일 한국 남자 태권도의 간판인 이대훈 선수와 카자흐스탄 예라실 카이르벡 선수의 남자 68kg급 32강전에서 나온 결과인데 두 선수가 획득한 점수는 총 66점에 달한다.

이는 이번 대회부터 개정된 득점 규칙이 적용된데 따른 것인데 공격적인 태권도를 지향하려는 세계태권도연맹의 새로운 시도가 태권도를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로 탈바꿈 시켜 놓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전 세계 8천만 태권도인들의 성지 무주 태권도원을 무대로 개최된 2017 WTF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예전과는 180도 다른 대회로 치러지고 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훨씬 공격적이고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치면서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WTF)는 이번 대회부터 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 몸통 공격에 1점만 주던 것을 주먹은 1점, 발 공격은 2점으로 개정했다.

몸통 회전공격과 머리공격은 3점, 머리 회전공격은 4점을 주는 것으로 바꿨고 감점패의 경우는 이전까지 경고 10회나 감점 5회면 모두 감점패를 선언했지만 이를 통합해 감점 10회를 받으면 감점패를 적용토록 하고 있다.

새 득점 규칙은 태권도의 흥미를 반감시켰던 이른바 ‘발 펜싱’도 사라지게 했다.

3초간 다리를 그냥 올리거나 상대방의 유효한 공격을 막으려 3초간 다리를 차는 행위, 상대방의 발차기 공격을 방해하기 위해 다리를 올리는 행위, 허리 밑 방향으로 다리는 드는 행위에 대해서는 감점 1점을 부여하고 있으며 매트 밖으로 나가는 행위, 넘어지는 행위에도 1점 감점이 주어진다.

상대를 붙잡거나 밀치는 행위에도 감점을 주고 있다.

특히 감점은 해당 선수의 점수를 깎는 게 아니라 상대 선수에게 1점을 부여된다.

한국의 이대훈 선수와 카자흐스탄 예라실 카이르벡 선수간의 경기에서 총 66점이 나온 것도 이와 관련이 크다.

이번 대회부터 예전 태권도 경기에서 보기가 흔치 않았던 고득점 경기가 자주 나오면서 관중들에게는 훨씬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전라북도태권도협회 고봉수 부회장은 “과거에 문제점으로 대두됐던 태권도의‘발 펜싱’이 새 득점 규칙으로 인해 사라지게 됐고 선수들이 득점은 올리고 감점은 피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기를 운영하게 됐다”며“지난해 11월 WTF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경기 규칙 및 규약 개정이 이번 대회를 통해 성공적으로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대훈 선수도 “종전에는 10점 이상의 득점이 나오는 경기가 흔치 않았다”며 “득점 규칙이 바뀌고 나서 선수들도 예전보다 공격적인 면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올림픽 여자 57kg급 2연패의 주인공인 영국의 제이드 존슨도 합동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규정이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중들에게 태권도가 더욱 재미있는 경기로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WTF의 규칙 개정은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새롭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일본 가라데와의 경쟁을 의식한데서 출발했다는 분석이다.

태권도가 정식 종목 채택 이후 5번의 올림픽을 치르는 동안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오면서 매번 정식종목 퇴출설에 시달려 온 데 따른 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득점 규칙이 그동안 제기됐던 지루함과 재미없는 경기라는 태권도에 대한 비판을 완전하게 불식시키면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서 지위와 위상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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