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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발목 잡을 때가 아니다
황 현 전라북도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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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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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빌거나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을 내면서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어처구니없는 경우에 기가 차다는 뜻으로 흔히 쓰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50여일 남짓 됐다. 새 정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에서 비롯된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정부다. 헌데 1기 내각 인선이 야당의 반발로 늦어지면서 전체 장관 후보자 17명 중 불과 6명만 임명됐다. 흠결이 있는 장관을 임명했다고 자유한국당이 협치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면서 대립각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백지상태에서 출발했다. 인수위 구성은 물론 실패한 정부로부터 인수인계도 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 정부에서 한배를 탔던 인사들과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아직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박근혜 전 대통령만의 책임인가. 당시 여당이었던 현 자유한국당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지 묻고 싶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정당이 국민들에게 일언반구 사과도 없이 개명만 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새 정부는 안보와 외교, 경제와 사회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큰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출발했다. 문재인 정부는 앞선 정부의 무거운 짊까지 메고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권의식 내려놓기, 파격적인 소통 등 단편적인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새 정부는 국정농단의 철저한 규명과 처벌, 세월호 사건의 재조사, 검찰개혁, 나아가 4대강 비리 조사 등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국정을 수행하고 있다. 대통령의 진면목은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인기가 치솟는 것이다. 이러한 국정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장관이 새 정부 코드와 부합해야 하고 또 신속히 임명돼야 정부가 움직인다. 그러나 지금은 극히 제한적이다. 물론 내각 구성과정에서 대통령의 공약도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대통령 임기도 채우지 못한 자유한국당의 발목잡기 행태는 지나치다. 일자리 추경 제안 설명 당시 항의시위나 무례함, 심지어 졸고 있는 야당 의원, 한국당의 추경 거부 등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뿐인가. 국무총리부터 장관 내정자들의 인사청문회 거부도 그렇다. 대통령 탄핵,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심판을 부정하는 것이다. 인사를 볼모로 국정을 마비시키는 구태정치를 되풀이하고 있다.

 대통령 편을 들자는 게 아니다. 인사 5대 원칙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충분히 해명하고 국민께 먼저 용서를 구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문재인 정부에만 인사원칙을 지키라며 공정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오버다. 자유한국당은 집권 당시 과오를 까맣게 잊은 것 같다. 이른바 수첩 인사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는지 국민들에게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발목 잡을 때가 아니다. 여야대치, 진보와 보수, 계층, 세대간 갈등은 사치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오만, 독선이 낳은 폐해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국가 개혁을 위해선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당장 안보와 외교에 켜진 빨간불을 파란불로 바꿔야 한다. 이번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대한민국호’는 소득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의 늪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신패권주의로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 사이에서 ‘북핵’이라는 파고를 넘어야 한다. 여야를 따질 겨를이 없다. 무조건적인 동의를 해주자는 것도 아니다. 기준은 제시하되 “잘하는지 두고 보자”는 식의 발목잡기 적폐는 없애자는 얘기다. 국회 운영위를 열어 청와대 군기 잡을 때가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새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추진할 정부정책에 대한 국회의 견제와 감시 등 고유 역할과 기능을 발휘할 기회는 언제든 있다. 트집 잡고 물고 늘어지는 것이 야당의 역할임을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들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국정 견제감시에서 십분 발휘하면 된다. 새 정부도 국민의 지지율만 믿고 일방통행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물론 보수 세력의 비위 맞추는 일에 지나치게 시간을 할애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국민은 누구의 편도 아님을 새 정부와 국회, 정치권은 촛불민심을 바로 새겨야 한다.

 황현<전라북도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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