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건 시인 ‘제5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최건 시인 ‘제5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5.24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의 시집을 펼치면 음악이 들린다

 그의 시집을 펼치면 때로는 잔잔한 멜로디가 들리는 것 같고, 강렬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가 가슴을 울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한 마디로 음악이 들리는 시집이다. 최건 시인이 이 특별한 시를 쓰게 된 것은 어떠한 연유에서였을까?

 최건 시인이 사람들에게 조금은 생소한 음악시집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제5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시문학사·9,000원)’를 펴냈다.

 그가 쓰는 음악시는 시와 음악이라는 서로 다른 두 예술의 장르끼리 한데 어우러져 한 몸이 되는 예술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최건 시인은 “1960~70년대를 전후한 한국문단에서 희소하고 낯선, 이른바 음악시는 한 마디로 음악과 시가 한데 어우르는 한 문학 장르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더욱 구체적으로 적확성을 앞세우자면 음악에 시가 뒷받침되는 것아 아니라 시를 음악이 뒷받침하는 문학예술의 장르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 시절에는 고전음악의 정서를 녹여낸 시를 쓰는 시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최 시인이 좋아하고, 기억하는 시인은 김종삼(1921~1984), 김영태(1936~2007), 마종기(1939~) 시인이다. 선배들의 작품을 만나면서 시인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담배 연기 자욱했던 파리 시내의 살롱을 상상해보곤 했다.

총 67편의 음악시들로만 묶은 시집에는 지난 1960년 그가 처음으로 발표했던 ‘가슴을 위한 네음(四音)의 자화상’도 수록돼 있다.

 “이별을 위한 쇼팽의 선율이/ 조용한 몸부림으로부터 가슴을 문지르면,/ 문지를 곳 없는 가슴은/ 등을 비비대는 의자, 의자뿐”이라고 노래한 그의 작품을 따라 노래하다보니, 냉혹한 그 시절의 풍경이 불현듯 떠오른다.

 일찍부터 문학을 지망하는 청년이었던 최 시인. 그는 개인적으로 17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종반 사이의 작곡가들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비발디나 모차르트, 로시니, 슈베르트 등은 물론,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 비제, 푸치니 등 말이다. 특히 드보르자크에 열광하는 마니아다. 그의 작품이라면 명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반드시 구입하곤 했던 지난날의 흥분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의 시편에 녹아 들었다. 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뼈대가 음악적 영감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보니 시어 하나 하나에 특별한 전율이 느껴진다.

 1964년 신춘문예 단편소설로 문단에 첫발(당선작 없는 가작 입선)을 내딛은 그는 1983년 ‘시문학’천료로 시단에 데뷔했다. 시집으로 모두 9권이 있으며, 산문집 ‘겨울나무가 던지는 그림자’가 있다. 평생 신문사의 일선 취재기자로 살았으며 1980년 ‘5.18민주화운동’당시 육필 현장 취재수첩이 아내 조한금의 일기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10여년 전 전북 장수로 삶의 거처를 옮겨 에세이스트인 아내와 함께 글을 쓰며 살고 있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