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우리가 만드는 체육 한마당
학생회, 우리가 만드는 체육 한마당
  • 임희종
  • 승인 2017.05.11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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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비 콕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학생들에게는 공부만이 아니라 쉼과 축제도 필요하다. 매주 금요일엔 학생들이 등교를 하자마자 줄넘기를 가지고 나와 희현로를 따라, 뒤뜰에서 줄넘기를 한다. 아침 운동은 학생들에게 활력을 줄 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좋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운동은 성장 뿐 아니라 친구들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다. 교실에서의 수업을 잠시 접고, 새순이 돋고 온 대지의 기운이 하늘을 향해 솟구칠 때 기예와 힘을 겨루는 체육대회는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학교 행사이다. 미리 준비한 반별 학생들의 유니폼은 특색 있게 색상이 다양하다. 이때가 되면 학생들은 개인마다 별명이나 이니셜을 등판에 새겨 자신만의 특징을 드러낸다.

  우리 학교 체육대회는 오래 전부터 학생회가 주관해 오고 있다. 최근 들어 체육대회의 모든 진행 사회도 학생회장이, 각종 경기의 심판도 학생회 임원이 보고 있다. 물론 체육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있지만 학생들이 심판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을 충분히 갖춘 후 시행한다. 이로 인해 담임선생님들은 반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작전을 짜고 응원을 하며 경기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연둣빛과 초록이 온 대지를 새 생명으로 가득 채운 오늘, 117년 전통의 신흥인들이 300여년 전 선비들이 모여 학업과 기예를 겨루던 사마재터 운동장에 모였습니다. 교실에서는 진리를 탐구하고 밖에 나가서는 사랑을 실천하고 정의를 실현하며,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던 전통. 그 바통을 이어 앞으로 이 나라 역사 한복판에 서서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기초 프로그램, 신흥인의 체육한마당! 개회를 선언합니다.”

  개회선언과 함께 힘차게 시작되는 각종 경기는 미리 작성된 선수명단에 따라 모든 학생들이 2종목 이상은 뛰게 되어 있다. 각 학급별 대항 축구, 배구, 농구, 풋살, 계주, 줄넘기, 씨름 등.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새롭게 보는 계기이다. 수업 시간에는 활기를 띠지 않았던 학생이었는데, 축구를 하는 것을 보니 훨훨 나른다. 농구팀을 잘 구성하여 리더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학생, 경기 순서를 잘 짜서 승리를 하게 조직 능력, 단체의 호흡과 단결력이 중요한 단체 줄넘기의 작전 등. 그러나 역시 한 바탕 힘이 실리자마자 순식간에 결판나는 씨름판이 함성과 박수가 가장 많이 새어 나온다. 우리 학교 체육 특기 종목이기도 한 씨름은 가장 잘 정돈된 씨름장을 갖고 있다. 이 날만은 학생들이 마음껏 씨름장에서 선수로서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씨름 코치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씨름 기술도 설명해주며 진행하는 민속 씨름, 역시 박진감과 기예가 넘치는 경기이다. 자기보다 훨씬 힘이 센 덩치 큰 학생을 힘을 역이용하여 제압하는 씨름은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각 학급 기량을 겨룬 성적을 종합하니 올해 종합우승은 3-10반이 차지하였다. 종합우승을 한 반은 운동장 청소를 하는 특권(?)이 부여된다. 많은 학생들로부터 응원의 박수를 받은 만큼 봉사의 손길로 보답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기를 마치고 먹는 각반 조별 삼겹살파티는 최고의 인기이다. 고기와 양념을 충분히 넣어 한주먹 되는 상치쌈을 담임선생님 입에 넣어주는 학생과 흐뭇해하는 선생님의 표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스승과 제자가 없는 사회라고 함부로 얘기하지 말자. 그럴수록 우리가 만들어 가면 될 일이다.

  체육대회와 파티가 끝나고 텅 빈 운동장과 교정을 바라보며 되뇌어본다. 그래, 그렇게 살아가자고. 그래, 너희들이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임희종(전주신흥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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