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의 터널
중2의 터널
  • 박종완
  • 승인 2017.05.02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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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기 바람에 꽃비가 내리더니 어느덧 연록으로 물들인 집 앞 공원엔 하루가 다르게 풍경이 바뀌면서 가정의 달을 재촉한다.

손 내밀고 붙잡고 부대끼며 살면서 정을 느끼는 게 가족 아닌가 싶다.

가정의 달이라고 특별한 게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마음 한 곳에 허전함이 없이 챙기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아파트 16층엔 중2 쌍둥이 두 딸이 등교 준비를 한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엄마와 두 딸은 전쟁일보 직전까지 큰소리를 내며 서로 감정이 노출됐다가 겨우 진정해 등교를 서두른다.

아침저녁으로 서로 눈치를 보면서 영역을 확보하며 살얼음판의 연속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중2병’이 걸린 쌍둥이 딸을 둔 필자 집안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결혼 후 큰아들을 두고 아이가 없다가 마흔이 돼서 얻은 두 딸이기에 귀엽기도 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 태어나기 두 달 전부터 그 좋아하던 담배를 끊었었다.

우스갯소리로 북한의 김정은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가 대한민국의 중2들이 무서워서라는 말이 있듯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2를 한 명도 아닌 두 명씩이나 둔 엄마는 속이 문드러지고 시커멓게 탔을 것이다.

그래도 자식이니 어쩌겠는가. 뒷바라지 해야는데 조석으로 눈물바다와 큰소리는 다반사다.

엄마한테 대들고 말대꾸할 때면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면서 부모님께 많이도 속을 섞였는데 ‘인과응보’ 아닌가 싶어 속으로 자책을 해보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전주로 전학해서 혼자 떨어져 지내보니 그때는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겹치면서 주말마다 시골에 가서 일을 도우며 자성의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부모의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을 것이다. 그때 말썽을 피울 때면 어머니께서 “야 이놈아 너도 커서 자식 키워 봐라, 내 속 알 것이다.” 하며 혼냈던 말씀이 새록새록 하다.

사전적 의미의 ‘중2병’은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청소년들이 사춘기 형성 과정에서 겪는 혼란이나 불만 같은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학생들 중에 가장 다루기 어려운 학생의 나이는 어느 때인가 물으면 100% 모든 선생님과 학부모들은 중학생이라 대답한다.

자신이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 컸다고들 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멀었는데, 날뛰는 상황이 반항과 갈등은 시작된다.

청소년들의 사춘기를 흔히들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라 한다. 그러니 무서울 게 없고 스스로 다할 수 있는데 왜 엄마는 간섭하느냐며 반항적으로 변한다.

한바탕 전쟁이 나면 아버지로서 엄하게 꾸중하며 훈육하고 싶지만,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네가 잘했고 이해한다며 황희정승이 되는데 속은 터진다.

엄마는 불안하고 아이는 억울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다 때가 있다는 것을 커보면 알 것인데, 그것을 알 리 없는 두 딸은 오늘도 잘 났다고 대들고 반항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어쩌겠는가 긴 터널과 짧은 터널이 있고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듯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지혜를 갖고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속은 터지겠지만 지켜보면서 이해하고 준비하고 대응하면서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자식 교육에도 정도가 없을 것이다.

마음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옳은 말도 잔소리로 들릴 것인데, 참고 기다리며 칭찬과 격려를 하며 안아주는 그런 마음이면 되는지 자문해 본다.

이 글을 쓰면서 작은 반성을 해본다. 바쁘다는 핑계로 모든 것을 아이 엄마에게 맡겼는데 조금의 시간을 쪼개서라도 힘들고 어려운 ‘중2 터널’을 통과하는데 일조하리라 다짐한다.

중2를 둔 부모님들 힘든 맘 다 압니다.

힘내세요.

박종완<계성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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