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아수라’ 미쳐 가는 도시를 비추다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아수라’ 미쳐 가는 도시를 비추다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7.05.01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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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의 정우성, 주지훈

 “아수라가 저 개인적으로는 서서히 탈색되고 있는 영화인데, 전주 영화제로 볼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영광이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객석에서 저 개인의 행복을 다시 느꼈습니다.”

 올해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닷새째인 1일 오전 전주 메가박스 객사 6관에서는 영화 ‘아수라’가 상영된 후 김성수 감독의 시네마 클래스도 진행됐다.

 김영진 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가 자리를 함께한 이번 시간에는 불운했던 명작 중 하나였던 ‘아수라’의 재평가로 관심을 끌었다.

 비록, 흥행에선 재미를 못 봤더라도 영화를 두 세번 관람한 이들은 ‘아수리언’이 되어 전주를 찾았고, 객석에는 안남시청 피켓을 들거나 최강 성수(감독 이름)를 외치며 골수팬들의 아수앓이가 표출됐다.

 주말인 29일에는 전주 돔 앞에서 출연 배우 정우성(형사 도경 역)과 주지훈(후배 형사 선모 역), 정만식(검찰수사관 창학) 등이 모습을 드러내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영화 재상영에 힘을 보탰다.

 김영진 수석은 이번 영화제에서 평단의 문제작으로 꼽혔던 아수라를 추천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먼저 “프로그래머 이전에 평론가로서 이 영화가 베스트였다”고 치켜세웠다.

 최근 논문에서 결론 부분에 아수라를 썼다는 김 수석은 “한국영화에 나타난 경향은 주인공 중 한 명이 꼭 남아 있거나 주인공 친구라도 남아서 하다못해 죽음을 기리며 엔딩 신을 하는데 (이 영화는) 모두 다 죽는 것이 놀라웠다”고 감상을 밝혔다.

 결코 인기 배우 정우성이 출연한 영화라고 해서 무작정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한 건 아니란 설명이다.

 김 수석은 “명배우들을 내세우고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과 작품이 또 있을까” 되물으며, “흥행에 아주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2010년대에서 중요한 영화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시네마 클래스 테마도 ‘최강 성수 성공한다’로 정했다.

 영화 ‘아수라’는 136분에 이르는 짧지 않은 상영 시간에 피 터지는 군상들의 싸움이 반복해 연출된다.

 “저는요, 이기는 편이 내 편 입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형사 도경은 악덕 시장 박성배의 뒷일을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으며 악인의 길로 나선다.

 도경의 약점을 쥔 검사 차인과 검찰 수사관은 상부의 압박에, 그를 협박하고 박성배의 비리를 캐기 위해 몰두한다.

 이 과정은 흡사 세상에서 살기 위해 악한 사람들이 펼치는 전쟁과도 같다.

 욕도 난무하고 사람 한 명 죽어 나가는 건 시간 문제일뿐 대단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김성수 감독은 “힘든 영화를 보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관객들에게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지난 2013년 영화 ‘감기’로 사상 최악의 감기 바이러스를 연출한 김 감독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나 사상 최악의 인간 바이러스를 연출했다.

 하지만, 시대의 아픈 구석을 적나라하게 찔렀음에도 대중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김 감독은 “흥행이 안된 부분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쉽게 감정 이입을 하기 힘든 인물 설정이나 장례식장 신에서 모두 몰살 당하는 것 등이 주변에서 만류했던 부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제작자도 좋다고 맡겨줘서 끝까지 촬영에 힘을 보태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고 밝혔다. 

 이제 이번 영화제를 통해 국내 시네필에게 재평가를 기다리는 김성수 감독.

 시네마 클래스 말미에 그는 영화제에 참석한 소감을 쿨하게 밝히고 마이크를 내려놨다.

 “전주에 와서 영화 배우들, 평론가들과 밤새워 술도 마시고 하다 보니 전주의 기억이 좋습니다.”

 영화 ‘아수라’는 3일 오전 11시 전주 CGV 고사점 6관에서 재상영된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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