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이당미술관 ‘치유의 미술-최경수 컬렉션’
군산 이당미술관 ‘치유의 미술-최경수 컬렉션’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4.25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래현 작 - 사슴

 예향의 고장, 전라북도에는 시대를 대표해 많은 유명 작가들이 배출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좋은 작품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컬렉션(collection) 문화는 상대적으로 왜소한 실정이다. 때문에 컬렉터(수집가)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전북 문화예술을 성장시키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미술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는 한편,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작가를 발굴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그 시대의 유명한 컬렉터였다는 점이다.

 군산 이당미술관이 2017년 특별전시회 기획한 ‘치유의 미술-최경수 컬렉션전’이 컬렉터의 의미와 역할을 일깨우는 중요한 시간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수십년간 작품을 수집해 온 전북의 대표적인 미술 컬렉터 최경수(64·한마음병원 원장)씨의 보물창고가 열렸다. 전시는 29일부터 6월 25일까지 계속.

이번 전시에서는 박래현(1920~1976), 나상목(1924~1999), 하반영(1918~2015), 방의걸, 유휴열, 이철량 등 한국화, 서양화, 서예를 망라해 전라북도와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30여 명의 작품 37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랜 기간 공개되지 않았던 작가의 옛 작품을 만나는 것도 쏠쏠한 재미로, 어쩌면 쑥쓰러울지 모를 날것 그대로의 모습에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여기에 항일 애국지사인 해공 신익희(1894~1956) 선생의 작품도 공개돼 눈길을 끈다.

최 원장은 그야말로 다방면으로 여러 가지의 것을 모으기를 즐기는 컬렉터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극히 일부일 뿐. 그는 고서화와 골동품, 화석, 수석, 만화책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모자란 장르의 작품을 다양하게 수집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수집한 작품만 1만 여 점에 이르고 있다.

 그는 ‘진짜 좋은 작품은 자신이 아끼는 작품’이라는 기본적인 철학 아래 비싼 작품을 쫓기 보다는 아름답고 의미있는 작품을 사들이는데 공을 들인다.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이라고 할까. 실제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 또한 삶의 다양한 이야기와 그 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가 컬렉터로 살게된 것은 30여 년 전 환자에게 선물로 받은 한 점의 작품이 계기가 됐다. 목동이 소를 타고 귀가하면서 한가롭게 피리부는 그림이었는데, 일상에 지친 그에게 특별한 느낌을 전해주었던 것. 이러한 예술적 체험과 경험을 혼자서만 즐기기가 아깝기도 했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그의 가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꿈꾸는 미술문화 혹은 예술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그는 반드시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야하는 것에서 벗어나 생활 속에서 가깝게 즐기고 향유하는 문화를 꿈꾸고 있다. 이를테면 가족사진을 통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행복하다면, 그 역시 삶의 테두리 안에서 꼭 필요한 예술적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작품을 수집할 때 비싸거나 유행을 따라가기 보다는 아름답고 의미있는 내용을 쫓고 있다.

 사실, 그동안 유쾌하게 작품만 수집해왔지 어떻게 보여주고 공유하고 나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은 그에게도 숙제였다. 이번 전시를 인연으로 이어질 이당미술관과의 협업이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지,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또 다른 초석이 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그의 보물창고가 열린 순간, 공공의 즐거움이 두 배가 됐다는 것이다.

김부식 이당미술관 큐레이터는 “예술가에게 있어 컬렉터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컬렉터는 단순한 호사가가 아니라 작가의 창작 의욕을 불태워주는 에너지원이자 기운이 되어주는 곱디고운 쌀밥이다“면서 “최 원장의 치유의 정신이 여러 관람자들의 가슴에 잔잔하게 젖어들기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전시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까지. 월·화요일은 휴관한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