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사진관, 문선희 사진전 ‘묻다’
서학동사진관, 문선희 사진전 ‘묻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4.18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11년 이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는 2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동물들은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땅에 대부분 산채로 묻혔다. 곳곳에 사체 썩는 악취가 피어오르고, 대지의 자정능력도 잃어가기 시작한지도 오래됐다. 이 비극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생명에 대한 존엄함을 돌아봐야만 한다. 동물이 산 채로 매장된 매몰지의 초상을 따라간 한 작가의 사진이 고맙게 느껴지는 이유다.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은 19일부터 30일까지 문선희 사진전 '묻다-동물과 함께 인간성마저 묻혀버린 땅에 관한 기록'을 연다.

문 작가는 2011년 구제역과 AI로 동물을 생매장한 땅의 3년 뒤 모습을 담은 사진작품을 전시한다. 작가는 천만마리 이상의 생명을 삼킨 불온한 땅 4,800여 곳 중에서 100여 곳을 법정 발굴 금지기간이 지난 후 찾아갔다.

 불편할 수도 있는 그 공간을 찾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대지의 고통을 외면할 수가 없었던 것일까? 대부분의 매몰지는 비닐로 은폐된 채로 방치되고 있었고, 어떤 풀들은 새하얀 액체를 토하며 기이하게 죽어가는 모습이었다. 참혹한 현장은 사진에 생생하게 남았다.

 그의 작업은 합리성과 경제성만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현대 사회 시스템에 대한 고발이다. 정부는 규칙을 만들었고, 그 지엄하기만한 명에 따라 의심스러운 동물들은 예외없이 파묻혔다. 이제, 동물들의 차례가 돌아왔다.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에게 묻는다.

 문선희 작가와의 대화는 22일 오후 3시에 준비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월·화요일은 휴관한다. 입장료 2천원.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