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든 지적장애인 국민참여재판 무죄
흉기 든 지적장애인 국민참여재판 무죄
  • 설정욱 기자
  • 승인 2017.04.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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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장과 다투다 흉기로 상처를 낸 혐의로 기소된 지적장애인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0일 오전 전주지법 1호 법정에서 특수상해죄로 기소된 A(42)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A 씨와 변호인 측은 “당시 흉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피해자가 다친 것과 무관하다”고 혐의를 부인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2급 지적장애인 A 씨는 지난해 5월 13일 오후 8시께 길가에서 폐지를 줍다가 자신에게 욕하던 체육관장 B(52) 씨 일행과 실랑이를 했다. 화가 난 A 씨는 인근 가게에서 흉기를 가지고 와 B 씨 일행을 따라가 다툼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B 씨의 안경테가 부러지고 얼굴에 상처가 생겼다.

A 씨 변호인은 “A 씨가 선천성 뇌병변장애 때문에 언어능력과 행동능력이 저하돼 있고 손가락의 변형으로 물건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식칼을 빼앗긴 뒤 무차별적으로 폭행당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피해자의 상처는 흉기나 부러진 안경테 때문에 난 것으로 추측만 될 뿐이지 A 씨의 행위에 의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실제 증거로 채택된 CCTV 화면에는 당시 A 씨가 B 씨의 팔 부분에 칼을 가져다 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건장한 체격의 B 씨가 A 씨의 식칼을 빼앗고 나서 손과 발로 폭행하는 모습이 촬영돼 있었다. 목격자들 역시 A 씨가 B 씨의 얼굴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배심원 7명은 B 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증인 등의 진술을 근거로 평의 끝에 전원 일치로 무죄 평결했다.

전주지법 제3형사부는 이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관계자는 “지적장애인인 A 씨가 수사기관에서 억울함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으나 참여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배심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했다”며 “법원도 배심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고 참여재판이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는 데 매우 실효적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B 씨가 피를 흘리는 사진과 A 씨가 이 사건 전에도 행인들에게 흉기를 들고 찌를 듯한 행위를 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설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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