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햇살 품은 열망의 씨앗 하나
고운 햇살 품은 열망의 씨앗 하나
  • 김동수
  • 승인 2017.04.06 1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34. 전재복(全在福: 1950-)

전북 군산 출생. 군산교육대학을 졸업하고 1972년 군산 신풍초등학교를 시작으로 36년 간 초등교사로 봉직함. 1979년<소년 조선> 동화 은상. 1993년<한국시>에 신인문학상. 2005년 월간<스토리문학>에서 수필로 다시 등단. 전북문인협회, 불교문학회, 기픈시, 나루문학회 등에서 활동하면서 2002년 시집 <그대에게 드리는 들꽃 한 다발>외 2권의 시집과 1권의 산문집을 발간하였다.

거울 속엔

노래를 잃어버린도

새 한 마리가 산다

가슴에 난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며

자꾸만 구멍을 넓혀 가더니

이젠 제 몸마저

풍덩 빠져

날지 않는다

- <거울 속엔>에서

이 글의 배경은 현대적 수난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각성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병훈 시인의 평처럼, 본래적 자기(own nature)의 ‘노래를 잃어버린’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그리하여 ‘날지 않는’ 아니 ‘날지 못하는 새’ 가 되어 있는 실존적 자아에 대한 비극적 인식에서 그의 시는 비롯되고 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떠다닌다

날마다

얼마만큼의 독을 마시고

반쯤은 얼빠진 채

세상 속을 헤엄친다

뉴스는

날마다 더 자극적이어야 하고

사람들은 잠깐씩

놀라는 척하다

금새 제 무게만큼의

그림자를 둘러쓰고

흐느적거리며 물결이 된다

- <1997년>에서

전재복 시인이 바라본 1997년의 시대상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독(毒)을 마시고’ ‘얼빠진 채’ ‘떠다니고’ 있다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잃고 문명과 자본이라는 일상적 매너리즘의 경쟁 구도 속에 매몰된 현대인의 비극, 그것은 마치 의식을 잃은 채 생물학적 존재로 반사행동만을 일삼는 좀비들처럼 ‘흐느적거리며’ 시대의 ‘물결’에 휩쓸려 가고 있는 소시민들의 속물성에 대한 일침이 아닐 수 없다.

그대가 가슴을 열어

받아주기 전엔

나는 그냥

꿈을 품은 작은 씨앗이었어

/∽/

기름진 땅이 아니면 어때

툭 던져진 옹골찬 작은 알갱이 하나

무심히 받아 들었다가

별 뜻 없이 품었다 해도 괜찮아

시간이 멈춰버린 단단한 껍질

밝음을 향한 핏빛 열망

온몸으로 부딪혀 깨고 말거야

- <발아(發芽)>에서

‘툭 던져진’ 운명에 순응하며 그런 속에서도 ‘옹골차게’ 살아가고 있는 자존(‘내 몫이야’)과 긍정(‘괜찮아’)의 낙관으로 밝음을 향한 ‘작은 알갱이 하나’ 그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다.

추운 아침

고단한 몸을 풀어

자꾸만 팔매질하는 여자를 본다

버리고 버려서

끝내는 강물이 될

여자를 본다.

- <강물에 돌 던지는 여자>에서

돌과 강물이 하나가 되는 세계, 그것은 일찍이 그가 줄기차게 찾던 ‘내 안의 너’(<빈

집>)와의 합일을 꿈꾸는 영육일체의 전일적 구도의 세계가 아닌가 한다.

(김동수: 시인< 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